-취객들 쓰레기 방치한 채 ‘나 몰라라’
-파라솔ㆍ테이블 등 불법…사유지는 예외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새벽에 매장 밖은 쳐다보고 싶지도 않아요.”
지난 5일 서울시 마포구 한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는 최모(21) 씨는 진저리가 난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오전 1시께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는 누군가가 한바탕 술잔치를 벌인 후 허물처럼 흔적만 남기고 간 쓰레기가 가득했다. 일회용 컵, 맥주캔, 소주병이 나뒹구는 것은 물론, 눅눅해진 과자 부스러기와 먹다남은 컵라면에 온갖 벌레가 꼬여 있었다. 바닥은 누군가가 쏟은 맥주로 흥건했다.
30분 뒤, 최 씨가 휴지를 한 뭉텅이 들고 나와 바닥을 닦고 맥주 캔과 과자 봉지를 치웠다. 최 씨는 “밤에 술 마시는 10명 중 9명은 뒷정리를 하지 않고 간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진=서울시 마포구의 한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 먹다 남은 안주와 빈 캔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 |
무더워진 여름밤, 편의점 야외석은 부담없이 맥주와 소주 그리고 각종 안주를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간이 술집’ 역할을 한다. 주머니가 가벼운 청년들은 물론, 중장년층도 2차, 3차로 편의점을 찾는다. 문제는 쓰레기 테러다. 일반 술집에 온 것 마냥 뒤처리를 하지 않은 채 자리를 뜨는 이용객이 많아 아르바이트생만 진땀을 빼고 있다.
경기도 여주시의 한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는 한모(20) 씨는 “맥주병에 술이 남아있는 줄 모르고 치우다가 옷에 쏟은 적도 있다”며 “다 치웠다 싶으면 술에 취한 손님들이 또 자리를 채우고 어지럽힌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야외 테이블에서 취식하는 손님들이 ‘무단으로 쓰레기를 투기한다’며 주민들이 언성을 높인 적도 있는데 아르바이트생이 무슨 잘못이 있냐”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는 김모(23) 씨도 “아르바이트생이 매장을 비웠다가는 누가 물건을 훔쳐갈 수도 있다”며 “매번 야외에서 취식하는 손님들을 감시할 수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여름을 맞아 편의점들이 저마다 야외 테이블을 설치해 옥외 영업을 하고 있지만 이는 원칙적으로 불법이다.
도로교통법 제65조에 따르면 지자체 허가를 받지 않고 무단으로 도로와 인도를 점용해 파라솔ㆍ테이블을 설치할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 벌금을 물게 돼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보도 위에 간이 테이블을 설치하면 단속 대상이지만 사유지에서 영업하는 것에 대해서는 단속 권한이 없다”며 “편의점 야외 테이블은 사유지에 설치돼 있는 경우가 많아 구청에서는 편의점주에게 계도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야외 테이블을 단속해도 잠시 치웠다가 단속반이 사라지면 곧장 꺼내놓는 일이 반복돼 야외 영업을 자제해달라고 부탁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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