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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로에 놓인 檢 기획수사①] 롯데그룹 후 1년…‘먼지떨이식’ 전방위 수사 문제점은
-정책본부 횡령→건설 비자금→승계구도 따른 탈세로 사건 흐름 변해
-이례적 로펌 압색으로 탈세 혐의 찾아… ‘무리한 수사 선례’ 지적도


문재인 정부 들어 검찰 개혁이 최대 현안 중 하나로 부상한 가운데 검찰의 대형 기획수사 관행에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의 권한이 비대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인 만큼 일선 특수부 등 인지부서 규모도 상당 부분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1년 전 대대적인 수사가 진행됐던 롯데그룹 사건 등 대검 중수부 폐지 이후 대형 기획 수사 내역을 보면 검찰이 강조하는 ‘환부만 도려내는 수사’와는 괴리가 있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2015년 포스코 수사와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비리 수사, KT&G 비리 수사는 초라한 성적표를 남겼다.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이 1심에서, 한국석유공사 강영원 전 사장이 1,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김신종 전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 역시 지난 2월 1심 무죄 판결을 받았다. 검찰이 기소하는 사건의 약 98%가 유죄라는 점을 감안하면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논란을 피하기 어려운 결과물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타깃’ 불명확한 수사,‘탈세’로 출구 찾아=지난해 6월 시작된 롯데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 첨단범죄수사1부와 특수4부 등 2개 부서가 투입된 대형 기획 수사였다. 수사 초반 검찰은 △비자금 조성(횡령) △계열사 간 부당거래(횡령·배임) △총수 일가의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배임 등 3가지를 기본 혐의로 잡았다. 특히 정책본부에서 거액의 뭉칫돈이 발견되면서 손쉽게 신 총괄회장 부자를 겨냥하는 듯 했지만, 롯데케미칼 부당거래 등 주요 혐의에 개입했다는 물증을 찾지 못했다. 결국 검찰은 착수 4개월여 만에 신동빈 회장을 불구속 상태로 기소하며 수사를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정책본부 차원의 비자금 조성에 집중됐던 수사 중심은 소송사기와 계열사 부당거래 등을 거쳐 지분 상속 과정에서의 탈세 등으로 옮겨갔다.

특히 이 과정에서 검찰이 롯데 자문을 맡았던 Y로펌을 압수수색한 점은 활로를 찾지 못하던 검찰이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을 받았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4.6%를 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서미경 씨 모녀에게 증여하면서 800억 원대 증여세를 포탈했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당초 검찰은 내사 단계에서 이 혐의 부분을 염두에 두지 않았지만, Y로펌을 강제수사하면서 윤곽을 그릴 수 있었다. 변호사업계에서는 수사편의를 위해 의뢰인의 비밀보호권을 침해했다는 반발이 일었고, 검찰은 “앞으로 로펌을 수사하는 일이 상례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수백억 원대 소송사기, 계열사 거래시 부당수수료 지급 등 의혹을 받았던 롯데케미칼. [사진=연합뉴스]

◇‘건설사 비자금 추적’ 포스코 수사와 유사= 사업 특성상 부외자금 조성이 잦은 건설사 비자금이 수사 활로로 활용된 점은 롯데 사건과 2015년 포스코 사건의 공통점이다. 2015년 포스코 사건에서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롯데건설 비자금 조성에 정책본부가 개입한 사실을 밝히기 위해 사망한 박창규 사장의 노트북까지 건네받아 조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법원이 ‘주요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건설사 임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고, 실무진 구속을 발판으로 신 회장 등 ‘윗선’ 개입 사실을 밝히려던 계획이 틀어졌다. 포스코 사건에서도 검찰은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에 대해 100억 원대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2차례 영장이 기각되면서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을 압박하는 데 실패한 사례가 있다.검찰은 롯데건설 전직 임원 등 5명을 기소하면서 비자금 조성 등에 관해 별지 10매 분량을 할애했지만, 정작 중요한 ‘용처’에 관해서는 두세줄 정도만을 기재했다. 횡령 혐의가 인정되려면 부외자금 조성 자체만으로는 부족하고, 자금을 부당한 용도에 사용됐다는 점도 입증돼야 한다. 대형 로펌 출신의 한 중견 변호사는 “기업은 검찰이 수사를 확대할 경우 제대로 업무를 못해 압박을 느끼게 돼 있다”며 “혐의입증에 자신이 있다면 범죄인지서를 볼 수 있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원래 검찰이 목표로 삼았던 혐의가 공개되면 무리하게 수사가 확대되는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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