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등은 이미 대형 화장품 박람회장 수준
-사드 사태로 봤듯 선택과 집중 위험요인 있어
-전문가 “화장품 의존 쇼핑시장구조 벗어나야”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쇼핑관광차 서울을 찾는 해외 관광객의 관심사가 ‘화장품’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유커’에만 집중하다 한한령(限韓令)에 당해 피해가 막심해진 것처럼, 단 한 번 충격으로도 흔들릴 수 있는 시장 구조라며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서울연구원이 내놓은 ‘서울시 쇼핑관광의 실태와 정책시사점’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서울을 찾은 해외 관광객의 가장 큰 방문 목적은 ‘쇼핑’(64.9%)이다.
2012년(53.9%), 2013년(60.2%) 등 응답률이 매년 높아지는 점을 볼 때, 최근까지도 쇼핑이 여행 목적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해외 관광객이 최고 선호하는 쇼핑 물품은 ‘화장품’으로 확인됐다.
화장품 가게가 몰려 있는 서울 중구 명동 일대. [사진=123RF] |
서울연구원이 지난 2015년 말 이들 1095명에 쇼핑물품 구매 내역을 물어보니 ‘화장품을 구입했다’고 말한 비율만 73.8%에 달할 정도다. 화장품은 식품(72.0%), 의류(65.8%), 피혁류(41.0%) 등 13개에 이르는 예시 품목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여행 중 일정량은 꼭 구입해야 하는 식품류의 특수성을 참작하면 화장품만은 남다른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구매량은 백화점과 면세점, 로드숍 등에서 모두 높게 나타났다.
서울도 이런 시장 흐름을 매년 맞춰가고 있다. 명동 등 번화가에는 이미 포화 직전의 화장품 매장이 들어섰고, ‘케이 뷰티’란 신조어와 함께 곳곳에서 박람회와 워크숍도 열리는 중이다.
문제는 이 같은 ‘선택과 집중’이 이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를 둘러싼 중국 보복으로 증명됐듯 위험요인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작은 충격으로도 서울 관광시장 근간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시장 다변화가 필요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김수진 서울연구원 연구원은 “시장 유지와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화장품 등에만 한정된 쇼핑행태의 시장구조를 벗어나야 한다”며 “지역 문화와 전통성을 경험할 수 있는 우수 제품들로 해외 관광객을 붙잡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이미 잘 알려진 화장품 외에 다른 제품들을 알릴 통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 중 하나가 서울 쇼핑 행사의 활용하는 것이다.
서울시는 해외 관광객을 위해 각종 비용이 최대 80% 할인되는 쇼핑 행사 ‘서울 서머세일’을 매년 6~7월 열고 있다. 백화점과 쇼핑몰 등 1300~1500여곳 업소가 참여한다. 국내 품질 좋은 다채로운 제품들을 선보이는 만큼 만족도도 높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관광객 중 서울 서머세일을 안다고 답한 비율은 14.3%에 불과하다. 정보에 가장 밝다는 20대도 17.5%만이 안다고 응답했다.
반정화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더욱 다양한 분야의 쇼핑관련 업체를 모으면서 규모를 키워가야 한다”며 “규모가 커질수록 인지도도 따라서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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