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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망률 13.9% ‘지옥도’였는데… 화목한 분위기 ‘가족도’였다고?
2015년 7월 5일, 유네스코 자문기관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이코모스ㆍICOMOS)는 군함도(본명 하시마ㆍ端島) 등 조선인 징용현장이 포함된 일본산업 시설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앞서 ‘각 시설의 전체 역사(full history)를 알 수 있도록 하는 해석 전략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3일, 유산군 23개 가운데 조선인이 강제징용된 7곳에는 이들의 넋을 기리는 시설이 전무했다. 일본 여행사들은 되레 외국인들을 상대로 “외국인 노동자들은 일본인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았다”, “가족같은 분위기의 시설이었다”고 주장했다. 그 중에서도 이른바 ‘지옥도’라고 불렸던 군함도는 화목한 분위기의 ‘가족섬’으로 미화된 지 오래다.

섬에 남아있는 강제징용자 위령비 접근은 아예 금지됐다. 해방 후 징용자를 실은 배를 고의로 침몰시켰다는 증언에 대해 여행사들은 “석탄을 실은 배가 미군 어뢰에 맞아 침몰한 사례만 보고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제동원 조사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 징용자 상당수가 가혹한 학대 속에 숨졌고, 1944년부터 해방까지 확인된 사망률만 13.9%에 달했다. 일본인 사망률(5.5%)의 두 배를 넘는 수치다. 하지만 나가사키 시는 군함도에 관해 “도민은 함께 놀고, 배우고, 일하고 의식주를 함께 하는 하나의 탄광커뮤니티였으며 한 가족 같았다고 한다. 섬은 지옥도가 아니다”는 설명을 담은 문서를 만들어 관광 담당 부서 등에 배포했다.

문서는 징용에 관해서도 다뤘으나 국가총동원법에 따라 한반도 출신자에게 국민징용령이 적용됐다는 일본 측의 주장을 토대로 기술했다. 이 문서는 내각관방의 감수를 거쳐 ‘메이지 일본 산업혁명 유산(기본사항)’이라는 명칭으로 올해 3월 10일 책정됐고 군함도 상륙 투어를 운영하는 업체 등에도 배포됐다.

군함도 디지털 박물관 홈페이지에 있는 ‘군함도민 인터뷰’란에는 군함도가 고향이라며 ‘행복한 곳’이었다는 일본인들의 주장으로 가득차 있다. 하지만 인터뷰에 참가한 일본인 다수는 1950~60년대 유년기를 보낸 이들로, 1940~45년 사이 노동을 착취당한 조선인 징용자들과 세대가 달랐다. 

문재연 기자/munj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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