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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플 & 스토리-천종호 부산가정법원 부장판사 ②] “땀 흘려 축구하며 규칙과 법, 그리고 세상을 배우죠”
부산지역 보호소년·고아원 원생 주축
지난해 창단 ‘만사소년 축구단’ 화제

“땀 흘려 뛰는 축구 경기로 감정을 조절하고 규칙을 지키는 법을 배우죠. 운동을 그만두고 절망해 있던 아이들에게 큰 희망이 됩니다.”

천종호 부장판사는 매주 목요일 저녁 보호소년들과 축구 경기를 뛴다. 지난해 11월 창단한 ‘만사소년 축구단’에서다. ‘모든 것은 소년을 위해서’라는 뜻의 만사소년 축구단은 돼지국밥집을 운영하는 자원봉사자의 제안에서 만들어졌다.

부산 지역의 보호소년들이나 인근 고아원 아이들을 포함해 20~30명이 모일 정도로 인기가 좋다.


마침 인터뷰가 있던 날도 목요일이었다. 천 부장판사는 “남자 아이들의 경우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운동을 그만두고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재판을 받으러 온 이들이 많다”면서 “아침에도 한 아이가 ‘판사님, 오늘 축구 오실거죠?’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자발적으로 모일 아이들이 아닌데 이젠 늘 알아서 찾아온다”고 말했다.

만사소년 축구단은 이달 8일 의정부지법이 주최하고 축구사랑나눔재단이 후원한 ‘보호소년 축구대회-슈팅 스타’에 출전해 3위에 올랐다. 옐로카드가 세 장이나 나왔을 정도로 거친 경기였다.

하지만 아이들은 축구를 통해 달라졌다. 천 부장판사는 “아이들이 ‘판사님, 저 옛날 같았으면 가만히 안 있었을 텐데 판사님 때문에 참았습니다’라고 하면 저도 ‘잘했다’고 그런다”며 웃었다.

가장 변화한 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시합할 때 욕이 사라졌다. 식사를 할 때도 처음에는 엉망진창이던 아이들이 질서를 지킨다. 희망을 잃은 채, 그야말로 ‘문제아’라고 느껴지던 포스가 바뀐 거다”라며 뿌듯해 했다.

천 부장판사는 “보호소년들이 비행을 멈추고 건강한 사회 구성원이 되기 위해선 새롭게 살아갈 기회와 희망이 주어져야 한다”면서 “아이들도 나중에 취직을 하고 사회생활을 할 텐데, 축구를 계속하며 사람들과 어울리는 삶을 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이유정 기자/kul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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