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 변화…공 떠넘기기 등 아쉬워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고교체제 개혁이란 교육철학적 방향과 행정가로서의 합리성 사이에 고민하다보니 그동안 (자사고ㆍ외고 폐지 논란에 대한) 표현에 있어 다소 변화가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는 지난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서울시내 5개 자사고ㆍ외고ㆍ국제중에 대한 성과평가 결과 재지정 결정을 내렸다는 사실을 발표하며 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감이 한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국제중·외고·자사고 재평과 결과 발표 및 중·고 체제개편 제안 기자회견문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
불과 8일전 같은 장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조 교육감이 보인 모습은 사뭇 달랐다. 자사고ㆍ외고에 대해 ‘사이비 다양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강하게 비판했고, 이들 학교에 대한 강한 폐지 의지를 내비침으로써 자신의 고유 브랜드인 ‘일반고 전성시대’를 현실화하려는 모습을 보였었다.
하지만, 결과 발표가 다가올 수록 조 교육감은 일부 언론을 통해 자사고ㆍ외고의 일괄 폐지를 반대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고, 결국 이날 기자회견에선 과거 정부의 교육부가 정해놓은 기준점수 자체가 낮았고, 이미 공개된 답안에 따라 시험을 준비해온 학교들에 대한 지정 취소가 어려웠다는 아쉬움 섞인 설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현실적인 한계를 시ㆍ도교육감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다며 자사고ㆍ외고 폐지의 공을 중앙정부에 넘기는 모습까지 보였다.
고교체제 단순화를 통해 그동안 수차례 시민사회 등에서 제기됐던 자사고와 특목고의 문제점을 해결하겠다는 조 교육감의 노력이 결코 헛되다는 것은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단 제안을 한 것 자체를 비난하는 것도 결코 아니다.
하지만, 본인이 언급한 것처럼 ‘교육개혁가’ 개인이 아닌 서울교육감이란 행정가로서의 위치를 감안했다면 발언에 좀 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었다는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재지정 평가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나온 자사고ㆍ외고에 대한 강력 비판은 해당 학교와 학부모는 물론이고 조 교육감의 정책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까지도 일종의 ‘신호’로 받아들여졌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조 교육감의 자사고ㆍ외고 비판 발언 이후 각 교장단과 학부모들의 성명서 발표가 이어졌고 학부모들이 시위와 가두행진을 벌이는 등 단체행동에 나선 것은 이를 증명한다.
반대 진영인 전교조 서울지부와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에서는 각각 ‘말잔치로 끝난 서울시교육청의 일반고 전성시대’, ‘일반고 전성시대를 더 이상 논하지 말라’며 실망감을 나타냈고, 진보성향의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도 “비겁한 행정”이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