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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 받고 산재등급 조작’… 檢, 복지공단 의사ㆍ브로커 등 39명 기소
-산재 브로커들, 장해등급 높여주고 76억원 챙겨
-변호사 명의 빌린 브로커, 연 20억대 고수익
-공단 직원들은 로비 대상 전락…불법 눈 감아줘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산업재해 보상을 심사하는 근로복지공단 직원들과 결탁해 산재 환자들의 장해등급을 높여주고 돈을 받아 챙긴 일명 ‘산재 전문 브로커’들이 변호사법 위반 및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산재 브로커들에게 금품 로비를 받고 이 같은 불법 행위를 눈 감아준 근로복지공단 직원들과 중간에서 환자를 소개해준 병원 원무과장들도 대거 기소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산재보상 심사비리’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이용일)는 28일 산재 브로커 16명을 비롯해 근로복지공단 직원 6명과 자문의사 5명, 산재지정 병원 원무과장 4명 등 총 39명을 재판에 넘기고 수사를 종료했다. 이 중 16명은 구속기소됐다.

검찰 수사결과 김모(48) 씨 등 산재 브로커들은 산재지정 병원 원무과장과 근로복지공단 직원, 자문의사 등을 상대로 조직적으로 금품 로비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산재 브로커들은 환자들이 더 많은 산재 보상금을 받도록 장해등급을 높여주고, 그 대가로 환자들이 받은 산재보상금의 20~30% 상당을 수수료로 받아 챙겼다. 브로커 16명이 이 같은 방식으로 챙긴 액수만 약 76억원에 달했다.

장해등급은 1∼14급까지 14단계로 구분되며 1급에 가까울수록 장애보상 일시금이나 장애보상연금 액수가 많아진다.

검찰 관계자는 “일부 산재 브로커는 공인노무사 명의로 노무법인을 설립하거나 변호사로부터 법무법인 명의를 빌려 직원 10여명을 고용하고, 19억~24억원의 수익을 올리는 등 기업형 브로커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산재 브로커들은 장해등급을 심사하고 이를 토대로 보상금 지급을 결정하는 근로복지공단 직원과 자문의사들에게 대규모 로비를 벌였다.

공단 내부규정상 산재신청 대리는 공인노무사와 변호사만 할 수 있고 위임장을 제출해야 하지만 산재 브로커들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받은 공단 직원들은 이를 생략하고 브로커가 요구한 대로 일을 처리해줬다.

근로복지공단의 모 지사 차장으로 재직 중인 이모(53) 씨는 브로커로부터 베라크루즈 차량 대금 3750만원을 차명계좌로 지급받은 것을 비롯해 1억29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확인됐다.


검찰에 따르면 기소된 공단 직원 6명이 받은 뇌물 액수는 총 2억5500만원 상당에 달했다. 공단 자문의사 5명도 1억1500만원에 이르는 금품을 받았다.

검찰은 공무원 신분인 공단 직원 5명에겐 뇌물수수 혐의 등을, 공단 소속 자문의사 5명에겐 배임수재 혐의를 각각 적용했다.

산재 브로커들의 이 같은 불법 행위를 막아야 할 산재지정 병원 원무과장들도 한통속이었다.

이들은 오히려 브로커로부터 금품(브로커가 받은 수수료의 30% 상당)을 받고 환자를 소개하고 같은 병원 의사에게 브로커가 요구한 대로 장해진단서를 발급해달라고 부탁했다.

이밖에 브로커들에게 명의를 빌려준 변호사와 노무사 6명은 불구속 기소되거나 약식 기소됐다.

검찰은 지난해 경마비리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단서를 포착하고 작년 하반기부터 수사를 벌여왔다.

검찰 관계자는 “산재 보상금은 사업주가 납부하는 보험료와 국가 예산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결국 모든 국민이 피해자”라며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심사 제도의 문제점 개선을 관계기관에 건의하고, 앞으로도 산재보상 관련 비리를 엄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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