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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최정호 정치섹션 국회팀장]‘내로남불’은 정치의 필수 덕목?
‘조직적 저항’, ‘사찰의혹’, ‘촛불정부에 대한 불복’

요즘 청와대와 여권에서 자주 사용하는 단어다. 국회 인사검증 과정에서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인사들의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국면전환을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높은 국민 지지 여론을 등에 업고 인사정국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아무리 강력한 개혁 의지도, 강제 혼인신고 사실을 알고도 넘어가고, 음주운전 여부를 사전에 체크조차 못한 ‘인사 실패’의 본질을 덮기엔 구차한 변명으로 들린다. 오히려 오랜 적폐를 청산하기 위한 개혁일수록, 참신하고 깨끗한 인사에 의해 주도되는 것이 국민의 공감을 얻고, 추진 동력을 키우는 지름길이다.

최근 검증과정에서 드러난 일부 후보자의 구태는 오히려 개혁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청문 대상이 아니라 수사 대상이라는 야당의 공세가 공허하게 들리지만은 않는다.

심지어 한 장관 후보자는 자신의 등기부등본을 ‘합법적’으로 발급한 주민센터에 찾아가 말단 공무원과 설전을 펼치는 웃지못할 모습까지 연출했다.

이같은 청와대의 인사 검증 실패는 ‘내로남불’ 정신이 그 기저에 깔려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 즉 나는 정당하고 상대방은 나쁜 놈이라는, 현대 민주정치 정신과는 아주 거리가 먼 ‘구태’ 그 자체다.

‘내로남불’을 ‘구태’로 표현한 이유는 ‘절대 선과 절대 악’이라는 중세 신정일치 사회에서나 볼법한 이분법 때문이다. 나와 반대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적폐’라고 규정해놓고 밀어붙이는 것 그 자체가 ‘적폐’다. 이런 적폐를 쌓기 위해 소위 ‘민주 열사’들이 많은 피를 흘려가며 민주화를 이뤄낸 것은 아니다.

지금 막 권력을 새로 잡은 청와대와 여당, 그리고 이들을 열성적으로 지지하며 댓글로 응원하는 지지자들이, 진정으로 ‘성공한 정부와 대통령’을 원한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바로 ‘내로남불’이란 적폐를 스스로 먼저 버리는 것이다. 야당 시절 각종 ‘음모론’과 ‘내로남불’로 재미를 봤다고, 그 경험을 여당이 된 지금도 써먹는다면, 손가락질 했던 지난 보수정권과 같은 길을 걸을 수 밖에 없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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