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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늦은 밤, 자전거가 위험하다①] 공원에서 “쌩~”…‘해질녘’ 폭주족이 나타났다
-공원에서 30㎞/h 이상 자전거 질주 만연
-시민들은 어둠 속 자전거 피하느라 불안
-안전장비 없는 ‘도로 위 흉기’ 수준
-도로교통법상 처벌 방안 없어 속수무책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지난 26일 오후 9시께 서울 중구 남산공원 정상 주변 도로에서 ‘위험천만’한 상황이 일어났다. 자전거 5~6대가 동시에 내리막을 타고 질주한 것이다. 시민들은 어둠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자전거를 피하느라 불안에 떨었다. 가속도가 붙은 자전거는 족히 30㎞/h는 돼 보였다. 도로 곳곳 있는 ‘20㎞/h 속도제한’ 표지판은 장식일 뿐이었다. 회사원 김예솔(31ㆍ여) 씨는 “낮도 아닌 밤에 전조등도 없이 속도를 내는 자전거족을 이해할 수 없다”며 “오토바이 아닌 자전거를 탔을 뿐이지, 폭주족과 같다고 본다”고 했다.

전날 오후 7시께 앞서 찾은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도 상황은 비슷했다. 한 자전거 동호회 무리는 비가 내려 금세 어두워진 환경에도 아랑곳 않고 공원 도로를 내달렸다. 헬멧 등 안전장비도 보이지 않았다. ‘20㎞/h 속도제한’ 표지판에 따라 서행하고 있는 자전거를 향해서는 오히려 호루라기를 불어댔다. 자영업자 김병윤(40) 씨는 “여름철만 되면 한강공원은 ‘폭주’ 자전거 천국이 된다”며 “최소한 밤이라도 이런 일이 없도록 조치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남산공원 정상 주변 도로에 있는 자전거 ‘20㎞/h 속도제한’ 표지판.

밤낮 없이 기본 30㎞/h 이상을 질주하는 자전거 폭주족에 나들이철 공원을 찾는 서울 시민들이 떨고 있다. 특히 한 밤 중에 조명 장치도 없이 내달리는 자전거는 ‘도로 위 흉기’ 수준이다. 매년 자전거 안전사고도 늘고 있어 관련 처벌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 공원에 있는 자전거 보행자 겸용 도로에선 자전거를 위협적인 속도로 운행해도 ‘사실상’ 아무 문제 없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관련 처벌 방안이 없어서다.

표지판이나 노면에 둔 20㎞/h 제한 속도는 어디까지나 권장이며, 헬멧 등 보호구도 어린이는 의무지만 성인이면 권장이다. 이렇다보니 제한 속도를 알려주고 안전 장비 착용을 상기하는 안내판이 즐비해도 준수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한 자전거 운전자가 속도를 내고 있다.

문제는 규정이 보행자와 자전거 운전자 모두 시야가 급격히 떨어지는 밤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공원 곳곳 시야를 밝혀주는 가로등이 있지만 밤 중 시민들을 보호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전조등과 미등 등 안전 장비를 자전거에 부착해야한다는 규정도 있긴 하나 일일이 단속하긴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전거 안전사고는 매해 증가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의 교통사고분석시스템을 보면 시내 자전거 안전사고는 지난 2011년 2861건에서 2015년 4062건으로 41.9% 껑충 뛰었다. 이로 인한 사망자와 부상자 수도 같은 기준 19명, 2980명에서 27명, 4239명으로 각각 42.1%, 45.2% 늘었다. 시 관계자는 “사람과 자전거가 몰리는 6~9월 늦은 저녁 공원에서 일어나는 사고가 상당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천수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자전거 이용인구가 1000만명을 넘은 지금이 자전거에 대한 현실성 있는 처벌 규정을 재검토할 적기”라며 “법의 사각지대를 채울 수 있는 시민의식 함양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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