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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삐뚤어진 모정” 꾸짖은 재판부, 사실로 인정된 ‘이대 부정입학ㆍ학사특혜’
-국정농단 재판 중 첫 법원 판단 받은 최순실
-최경희ㆍ김경숙 징역 2년, 남궁곤 징역 1년 6개월…이대 관계자 9명 모두 유죄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법원이 23일 정유라(21) 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과 학사특혜를 주도한 최순실(61) 씨와 이화여대 관계자 9명의 업무방해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법원이 정 씨의 부정입학과 성적 특혜를 사실로 인정하면서 범행의 수혜자이자 공범(共犯)으로 지목된 정 씨의 혐의 입증도 가까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 “삐뚤어진 모정, 자녀마저 공범으로 전락시켜”…준엄하게 꾸짖은 재판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 김수정)는 업무방해 등 5가지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최 씨에게 23일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날 법정에서 “최 씨의 범행으로 인해 국민과 사회 전체에 준 충격과 허탈감은 크기를 헤아리기 어렵다”며 “누구든지 공평한 기회를 부여받고 열심히 배우고 노력하면 상응하는 정당한 결과를 얻으리라는 믿음 대신 우리 사회에 ‘빽도 능력’이란 냉소가 사실일지 모른다는 의구심마저 생기게 했다”고 짚었다. 이어 “자녀가 잘되기를 기원하는 어머니의 사랑이라고 하기엔 자녀에게 너무나도 많은 불법과 부정을 보여주었고, 급기야 삐뚤어진 모정은 결국 자신이 그렇게 아끼는 자녀마저 공범으로 전락시키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정 씨를 이화여대에 부정입학시키고 학사특혜를 받게 해 이대 관계자들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 ▷정 씨 모교인 청담고에 허위 봉사활동 확인서를 제출해 교사들의 직무집행을 방해한 혐의 ▷학칙에 따라 정 씨의 대회 출전을 제한하려는 체육교사에게 행패를 부린 혐의 ▷체육교사에게 30만원 상당 뇌물을 바친 최 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 ‘최순실→김종→김경숙→남궁곤→최경희’ 부정입학 공모관계 인정=재판부는 이날 정 씨가 이대에 부정입학했다고 인정했다. 최 씨의 요청을 받은 이대 관계자들이 ‘정유라를 뽑으라’고 면접위원들에게 권유했다는 박영수 특검팀 주장도 받아들였다. 특검팀은 부정입학과 관련한 청탁이 ‘최순실→김종→김경숙→남궁곤→최경희’ 순서로 전달됐고 최 전 총장의 승인을 받은 남궁 전 처장이 면접위원들을 압박했다고 파악했다. 재판부는 “최 씨와 김 전 차관, 김 전 학장과 남궁 전 처장, 최 전 총장 사이에 정 씨의 부정선발에 관해 공모관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최 씨의 청탁을 김 전 학장에게 전달했다는 김 전 차관의 진술, 남궁 전 처장이 최 전 총장에게 보고한 ‘특이사항 보고’라는 문건 등이 공모 근거로 제시됐다.


▶“이화여대에 체육특기자 배려 관행 없어”…성적 특혜도 사실로 인정한 재판부= 김 전 학장과 최 전 총장의 지시로 수업에 출석하지 않은 정 씨에게 성적을 부여한 교수들의 혐의도 재판부는 유죄로 봤다. 수업에 출석하지 않은 정 씨의 과제물을 대신 제출하고 성적을 부여한 혐의 등을 받는 유철균(51) 교수와 이인성(54) 교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정 씨에게 성적특혜를 준 이경옥 교수에게는 벌금 800만 원, 정 씨의 대리수강을 도운 하정희 순천향대 조교수에게는 벌금 500만 원이 내려졌다. 정 씨에게 학점 특혜를 준 혐의를 받는 이원준 체육관리부장은 징역 10개월과 집행유예 2년에 처해졌다. 일부 교수들은 재판과정에서 “체육 특기자를 배려하는 관행대로 했을 뿐 정 씨 개인에 특혜를 준 것이 아니다”고 항변했다. 이는 고의로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으니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보인다. 그러나 재판부는 “지속적인 불출석에도 불구하고 체육특기자에 대해 ‘학사 배려’를 하는 관행이 이화여대 내부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마지막 피의자 정유라 운명은= 공범인 최 씨와 이대 관계자들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고 해서 곧바로 정 씨도 유죄 판결을 받을 것이라 단정지을 수는 없다. 재판부도 이날 “정 씨가 입시 관련 업무방해에 공모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복수의 법조계 관계자들은 정 씨가 자신을 둘러싼 입학ㆍ학사 특혜를 사전에 알고 있었고 최 씨와 범행에 대한 의견을 나눈적이 있어야만 공범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어머니의 범행으로 혜택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는 처벌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정 씨는 지난달 31일 입국 당시부터 지난 20일 영장심사에 이르기까지 “모두 어머니가 한 일이고 나는 모른다”고 일관하고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검찰이 정 씨에 대해 청구한 사전 구속영장을 두 차례 기각했다. 검찰은 정 씨를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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