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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년 ‘박근혜-최순실관계 폭로 명예훼손’ 김해호 씨 재심 열릴까
-檢, ‘수사기록제출 독촉’ 7개월지나 ‘폐기됐다’ 회신
-法, 오는 27일 특별 심문기일 열어 양측 의견 청취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검찰이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와 최순실 씨 관계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명예훼손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김해호(67) 씨와 임현규(53) 전 이명박 캠프 정책특보의 사건 수사기록을 전부 폐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 등은 “지난해 11월 재심을 청구할 때까지는 검찰이 기록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법원에 폐기 경위를 밝혀달라는 의견서를 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씨 등의 재심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 이상주)는 지난 9일 검찰로부터 ‘사건 수사기록을 모두 폐기해 제출할 수 없다’는 답신을 받았다. 재판부는 재심 청구가 접수된 다음날인 지난해 11월 24일 검찰에 수사기록을 제출하라고 통지했지만, 검찰은 7개월 동안 묵묵부답이었다. 결국 재판부가 지난 2일 수사기록을 제출하라는 독촉 문서를 보내자 검찰은 ‘기록을 폐기해 제출할 수 없다’고 회신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사건에 따라 다르지만 재판부가 기록을 요청하면 통상 3~4주 안에는 기록이 도착하거나 폐기됐다는 통보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김 씨 등은 재심을 청구할 때까지 검찰이 수사기록을 보존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반발하고 있다. 검찰이 재심 사건을 맡은 재판부의 요청에 7개월 간 응답하지 않으면서 기록을 자체 폐기했다는 것이다.

변호인단은 지난 20일 “검찰이 기록을 폐기한 시점과 경위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도록 소송을 지휘해달라”며 재판부에 의견서를 냈다. 변호인단은 의견서에서 “김 씨 등이 재심에 앞서 검찰청을 직접 방문해 사건 기록 열람ㆍ복사를 요청했고 당시 담당 검사의 허가로 김 씨 등이 진술한 부분 일부를 복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당시 검찰청 직원들은 ‘기록이 법원으로 넘어가면 복사하라’고 말했다”며 “재심 진행 중인 사건의 기록을 검찰이 의도적으로 폐기했다는 의심을 가지기에 충분한 상황”이라고 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박영수 특별검사팀도 지난 2월 검찰에 해당 사건 기록 가운데 일부 자료를 요청해 제공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내부 규정대로라면 김 씨 등의 수사 기록은 지난 2014년 12월 이후 일괄 폐기됐어야 한다. 검찰이 기한을 넘겨 기록을 보존했고, 재심이 청구된 뒤 폐기한 것이 사실이라면 경위를 마땅히 소명해야 한다. 검찰 보존 사무규칙에서는 형이 확정된 사건의 기록은 가장 무거운 형의 시효가 완성될때까지 보존하도록 정하고 있다. 김 씨 등은 공소시효가 7년인 명예훼손(허위사실적시) 혐의로 지난 2007년 12월 21일 징역형이 선고됐고, 이후 항소하지 않아 확정됐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보존 기간이 지난 기록은 일괄 폐기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행정 착오로 남아있는 자료를 사건 당사자인 김 씨 등에게 일부 복사해줬을 수 있다”고 했다.

수사기록이 폐기됐더라도 재심이 열릴 가능성은 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남아있는 과거 판결문 등을 토대로 판결을 뒤집을 만한 명백하고 새로운 증거가 드러났는지 재판부가 판단할 것”이라며 “재심이 결정된다면 법정에 증인들을 다시 불러 새로 재판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오는 27일 특별 심문기일을 열어 기록 폐기와 재심 사유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단의 의견을 들을 계획이다. 통상 재심 개시 여부는 서면으로만 판단하지만, 재판부는 재심 청구 사유 등에 관한 의견을 직접 듣겠다며 기일을 잡았다. 현재 해외에 거주하는 김 씨는 법정에 출석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임 씨만 직접 법정에 나와 재심의 필요성을 호소하기로 했다.

김 씨 등은 지난해 11월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이 세간에 알려지자 “잃어버린 명예를 회복하고 싶다”며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한나라당 당원이었던 김 씨는 박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자리를 두고 경쟁하던 지난 2007년 6월 기자회견을 열고 박 전 대통령과 최태민 부녀(父女)에 대한 각종 의혹을 제기했다. 김 씨는 기자회견에서 박 전 대통령이 육영재단 이사장으로 일할 때 최태민(사망) 씨와 최순실 씨가 재단 운영에 관여해 공금을 빼돌렸다는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했다. 검찰은 기자회견을 한 김 씨와 회견문을 작성한 임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해 재판에 넘겼고, 서울고법은 그해 12월 김 씨 등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 씨 등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판결은 확정됐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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