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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열화조장 장본인 지목 억울…마녀사냥”…자사고ㆍ외고 ‘부글부글’
-원조 자사고 5곳 입장 발표…“일부 문제 침소봉대”
-서울 6개 외고 교장단 회의…자사고에 비해 ‘신중’
-학부모 격앙…성명서 발표ㆍ공동집회 개최도 검토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고교서열화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공약으로 제기됐던 ‘외국어고등학교ㆍ국제고등학교ㆍ자율형사립고등학교 폐지’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면서 해당 학교 구성원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자사고 5곳이 폐지 반대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한 데 이어 이번주 중으로 자사고 학교장들과 학부모들이 공동 입장을 표명하고, 외고들의 공동행동 움직임까지 가시화되며 교육부 및 시ㆍ도교육청의 정책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9일 전국 자사고와 외고 등에 따르면 민족사관고와 광양제철고, 상산고, 포항제철고, 현대청운고는 지난 18일 ‘자사고에 대한 올바른 이해’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자사고 폐지를 논하는 이들의 명분은 자사고가 사교육을 부추기고 대입 준비 기관으로서 학교를 서열화한다는 것이지만, 자사고 본질을 편견을 갖고 해석하거나 터무니없이 왜곡한 경우가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사진=헤럴드경제DB]

이들은 “자사고가 중학생 과외를 부추기고 사교육비를 증대시키는 요인이라는 주장은 현행 선발 방식을 도외시한 것”이라며 “자사고는 입학전형에서 지필평가와 교과지식 질문을 금지해 전형 준비를 위한 과외 등 사교육 유발 요인을 오히려 낮췄다”고 강조했다.

보도자료를 낸 학교들은 지난 2001년 김대중 정부가 자립형 사립고 정책을 발표한 뒤 탄생한 원조 자사고들이다. 자립형 사립고는 이명박 정부 시절 자율형 사립고로 이름이 바뀌었다. 입장을 밝힌 5개 학교 외에도 하나고, 용인 외대부고, 인천하늘고, 북일고 등 10곳은 전국단위로 학생을 모집하는 자사고들로 대학입시에서 국내 상위권 대학 진학률 및 외국 대학 진학률이 높아 인기가 많다.

5개 학교는 “자사고는 조기 해외유학에 따른 외화유출 방지, 중ㆍ소도시 지방교육 강화 등의 역할로 고교 교육 전반과 국가균형발전에 크게 공헌한 바 있다”며 “일부 문제점을 침소봉대해 모든 자사고를 매도해선 안되며, 운영상 문제점이 있다면 개선하고 미비점을 보완해 제도를 발전적으로 유지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전국 자사고(46곳)의 절반인 23곳 학교가 속해있는 서울자사고교장협의회는 이번주 중으로 자사고 폐지를 수용할 수 없다는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특히, 협의회 측은 당장 내년도 신입생 모집 미달이 우려되며 기숙사 투자비 손실까지 커질 것이라며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 법적인 절차에 착수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자사고에 비해선 아직 조심스런 입장이지만, 외고 역시 학교별로 대책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을 고려하는 것은 물론이고 학교간 연합전선을 펼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 31개 외고의 원조 격인 서울시내 6개 외고 교장들은 지난 16일 긴급 회동을 통해 향후 공동 대응 방안 등에 대해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내 A 외고 관계자는 “국공립이 많은 지방 외고들과는 달리 서울시내 6개 외고는 모두 사학”이라며 “이번 사안을 두고 전국 외고 단위에서 대응할지, 지역이나 개별 학교별로 대응할 지를 두고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학교측은 물론 학부모들과 총동문회 차원의 움직임도 구체화되고 있다.

당장 자녀들의 대학 입시 결과와 직결될 것을 우려하는 학부모들의 움직임이 가장 적극적이다.

자사고학부모연합회는 오는 22일 자사고 폐지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는데 이어 26일에는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외고 학부모들과 공동으로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서울시내 B 외고 총동문회 관계자도 “동문들 사이에선 이번 일과 관련해 공동성명 등의 행동을 취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조금씩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직 정부나 시ㆍ도교육청에서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공식 입장을 내놓긴 조심스럽지만, 정책의 방향이 폐지 쪽으로 잡힌다면 가만히 있을 수 만은 없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한편, 자사고와 외고 등의 반발이 구체화됨에 따라 당장 재지정 발표를 눈 앞에 두고 있는 학교들에 대한 서울특별시교육청의 입장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교육청은 오는 28일 자사고인 장훈고ㆍ경문고ㆍ세화여고를 비롯해 서울외고, 영훈국제중에 대한 재지정 심사 결과를 발표한다. 이들 학교는 2015년 평가에서 기준 점수(60점) 미달로 2년 후 재평가 결정을 받은 곳으로, 이번 평가에서도 60점 미만을 받으면 지정이 취소된다.

외고와 자사고는 5년마다 학교 운영평가결과를 바탕으로 교육감이 재지정 여부를 결정하며, 기준 점수에 미달하면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 서울 이외엔 대전 대신고가 올해 재지정 발표를 앞두고 있다. 내년에는 세종의 세종국제고와 충남 삼성고가 재지정 대상이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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