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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시간 같은 청문회 풍경...승복의 회색은 ‘그냥 회색? 미화된 회색?’
-도종환 후보자 2004년 방북기 평양 모습 묘사 글 논란
-향후 인사청문회 및 국정감사 등에서도 비슷한 논쟁 계속될 듯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욕망과 당근으로 이끌어가는 서울과 비교하면 섬뜩하다는 느낌을 받는 이들도 있겠다 싶다. 평양의 도시 전체의 색깔은 회색이다. 연한 회색, 그늘진 회색, 퇴락한 회색이 섞여 있다. 그러나 그 속에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는 의지를 담고 있는 빛깔이다. 담담하게 견디고 있는 마음을 표현하는 빛이라는 생각도 했다. 서울이 욕망의 빛깔, 온갖 현란함과 어지러운 빛깔, 유혹과 타락과 탐욕이 뒤섞인 빛이라면 평양의 빛은 그것들을 털어버리고 담백한 자존심으로 서 있는 승복의 빛이다. 스님의 등뒤에 헐렁하게 매달린 바랑의 빛이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2004년 평양을 다녀온 뒤 쓴 기행문이다. 그리고 13년이 지난 2017년, 도 후보자는 본인의 쓴 글에 대한 해석을 놓고 진땀을 흘렸다. 마치 고등학교 문학시간의 풍경이 국회에서 펼쳐진 것이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보수 야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가 과거 전교조 소속 교사로써, 또 북한에 우호적인 성향의 문화예술 단체에서 활동했던 경력을 바탕으로 집중 공격했다. 2004년 방북기의 평양 묘사 장면도,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을 비하하고 북한의 수도 평양을 돋보이게 서술해, 이념적 지향성을 표출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한 원작자 도 후보자는 “(평양은) 밤에는 깜깜했다. 죽음의 도시 같았고, (그런 점에서) 회색의 도시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13년만에 스스로의 해설을 답변으로 내놨다. 평양의 빛에 비유한 승복, 바랑은 ‘회색’의 다른 표현일 뿐, 미화할 의도는 없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교과서적인 해석과는 다소 다른 듯한 도 후보자의 자평은 다시 비판을 받았다. 한선교 한국당 의원은 “사람이 살 곳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잿빛이라고 써야지 왜 승복의 빛이라고 썼느냐”고 되물었다.

전교조 이력에 대한 문제제기도 함께했다. 나경원 한국당 의원은 “전교조 합법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물은 뒤 “이념적 편향성이 국정에 반영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도 후보자는 “법적 절차에 따라야 한다”며 몸을 낮췄다.

정치권은 이 같은 이념과 과거 행적에 대한 질문은 도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뿐 아니라, 향후 새 정부에서 있을 청문회와 국정감사의 단골 소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임종석 비서실장 등 청와대와 행정부 고위 인사 중 많은 수가 과거 주사파 이념 아래 학생, 시민 운동을 펼치며 국가보안법 등을 위반한 이력이 있거나, 또는 남북 해빙기 시 다양한 형태의 북한 연계 활동을 펼쳤기 때문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지난 대선, 그리고 대선 이후 사드 배치 등을 놓고 이념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며 “지난 정부의 이념과 대비되는 새 정부가 들어선 만큼, 이에 대한 검증과 확인 차원에서도 이런 공방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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