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프리즘]대통령의 후계자
일주일 휴가를 내고 경남 양산의 문재인 대통령 자택, 김해 봉하마을 고 노무현 대통령 자택, 거제도 고 김영삼 대통령 생가를 차례로 다녀왔다. 대통령의 흔적들은 자연이 낳은 양산의 골짜기, 봉하마을의 논밭, 거제도의 아름다운 풍광에 역사적 의미까지 더했다. 평일 낮 양산 매곡동 주민들에게 물어물어 찾아간 문재인 대통령의 자택은 오묘함이 있었다. 해질 무렵 도착한 봉하마을은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평화로운 친자연 공원이 되어 있었다. 관광버스의 필수코스인 듯한 거제도의 고 김영삼 대통령 생가에서는 여전히 김 전 대통령의 결기가 느껴졌다.

휴가 후 오랜만에 옛 일기장을 꺼내들었다.

“1998년 2월25일. 오늘은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일이다. 차기로는 노무현씨가 될 듯하다.”

20년 전의 ‘나’가 일기장에 남긴 메시지는 지금도 여전히 충격적이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때의 ‘나’는 이런 신점 같은 예언을 남겼을까.

그로부터 5년 후. 대통령 선거(2002년 12월19일) 다음날 일기장에도 충격의 잔향이 남아있다.

“2002년 12월20일.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1998년 2월25일 나는 아주 놀라운 예견력을 보이고 말았다.” 잠시 생각에 잠겨 20년 전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 본다. 그때 생각의 꼬리를 잡을 수 있다면 혹시 다음 대통령도 예견할 수 있지 않을까.

DJ 취임식 당일 필자는 DJ 정부 내각을 별 근거없이 제멋대로 상상하고 있었다.

‘DJ는 노동 문제 전문 변호사인 노무현을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하지 않을까? 노동부 장관 노무현은 후세에 길이 남는 업적을 세울 것이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차기 대선주자가 될 것이다. 앞으로 지역감정 해소가 정치권의 숙제로 떠오를 텐데 경상도 출신 노무현이 나온다면…’

당시 생각은 이 언저리에서 맴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런 예상은 결과적으로 빗나가고 말았다. DJ가 노무현을 해양수산부 장관에 임명했기 때문이다. 그때 이후로 DJ가 왜 노무현을 해양수산부 장관에 임명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최근까지 풀리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그런데 최근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를 뉴스로 접하면서 DJ의 노무현에 대한 의중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DJ에게 노무현은 노동 인권 변호사라는 가치보다 부산 경남의 정치인이라는 가치가 더 큰 것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해양수산부 장관직을 바탕으로 부산에서 입지를 강화해 더 큰 정치인으로 성장하게 한 것은 아니었을까.

전직 대통령이 지나온 길은 곧 대권의 길로 비춰진다. 독재정부를 상대로 강한 투쟁가의 길을 걸어온 YS와 DJ는 모두 결과적으로 역시나 강한 투쟁가형인 노무현으로 수렴되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서울시장이 차기 유력주자로 부상했다.

많은 사람들은 문재인 정부가 임기 초 지지율 고공행진을 하는 비결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참여정부에서 이미 청와대를 경험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과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한 문재인 대통령의 정부에서 유력 후계자는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이 아닐까. 

soohan@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