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뉴욕주, 사료ㆍ물 제공 의무화…어기면 벌금 최대 27만원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동물을 방치하는 행위를 처벌하지 않는 한국의 현행동물보호법과 달리 미국ㆍ영국ㆍ독일 등 외국에서는 동물을 오랜 기간 움직일 수 없게 묶어놓거나 가두는 것을 동물학대행위로 보고 법으로 금지해나가는 추세다.
최초로 동물보호법을 시행한 독일은 유럽 국가들 중에서도 높은 수준의 동물보호법을 갖추고 있다. 1972년 제정된 연방동물보호법은 제 1조에서부터 ‘그 누구도 합리적 이유 없이 동물에게 고통, 괴로움 또는 손해를 입혀서는 안된다’고 못 박고 있다.
동물사육에 대한 일반적인 규정을 담은 제2조에서는 동물을 기르는 사람은 동물의 종에 맞게 먹이, 돌봄, 안식처를 제공해야하며 종 특성에 따른 움직임의 자유를 제한해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나와 있다.
쇠사슬에 묶인 채 방치돼 있었던 진돗개 ‘지은이네’ 가족. 새끼 강아지에게 손길을 건넨 자원봉사자. [사진제공=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
독일은 동물을 때리고 괴롭히는 물리적인 행위 뿐 아니라 방치하고 가두는 행위도 학대로 규정해 벌금이나 과태료를 부과하고 부가형으로 동물의 소유권을 박탈한다. 실제 반려견을 일정시간 동안 격리된 공간에 분리해 심리적 안정을 유도하는 ‘크레이트 훈련’도 동물 학대 행위로 처벌한다.
미국 대부분 주의 법도 ‘방치로 인한 동물학대’를 금지하고 있으며 사료, 물, 집 등 동물에게 적절한 관리를 제공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미국의 동물보호단체인 ‘동물법적방어기금’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신고된 동물학대사건 중 30%가 방치였다.
뉴욕ㆍ캘리포니아주 등에서는 동물이 12시간 이상 사료와 물을 제공받지 못했을 경우 누구라도 합법적으로 사료와 물을 주러 사유지에 들어갈 수 있고, 이후 그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
동물을 실외에서 기를 때도 반드시 준수해야 하는 사항을 정해놓았다. 사육자는 햇볕을 피할 수 있는 그늘, 방수와 통풍이 되고 몸을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집을 제공해야 한다. 또 깨끗하고 위생적인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청소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첫 번째는 50달러(1달러=한화 약 1117원) 이상 100달러 이하, 두 번째부터는 100달러 이상 250달러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짧은 줄에 묶여있는 시골개. 주인이 물그릇 대신 폐타이어를 장난감으로 갖다 놓았다. 자원봉사자가 간식을 주니 생전 처음 받아보는 간식에 한참을 망설이다 먹었다. [사진제공=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
한국에서 일상적으로 동물을 묶어두는 행위도 미국에서는 처벌 대상이 된다. 미국 19개 주 89개 도시에서는 동물을 이유 없이 묶어놓는 행위를 금지했고, 159개 도시에서는 묶어놓을 수 있는 시간이나 방법을 제한하고 있다. 워싱턴 주는 동물이 숨이 막히거나, 음식, 물, 그늘, 마른 땅을 찾을 수 없거나 위험에서 탈출할 수 없도록 묶어 놓는 것을 ‘잔인하게 묶어놓는 행위‘로 명시하고 금지하고 있다. 미시간 주는 개를 묶을 수 있는 줄의 길이를 ‘몸길이의 3배 이상’으로 정해놓고 있고, 텍사스 주는 동물을 묶어 놓을 수 있는 시간을 ‘24시간 동안 3시간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이처럼 구체적으로 동물 방치 학대행위를 명시하고 있는 해외의 동물보호법과 달리 한국의 동물보호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에게 신체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학대행위로 규정하고 있어 법의 해석에 따라 처벌 수위가 낮아지거나 아예 처벌 받지 않을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소연 동물권단체 ‘케어’ 대표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에 ‘신체적 고통’이 학대라는 내용이 들어갔지만 고통의 정도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사법부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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