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드 진상조사’ 논란 확산…野 ”文대통령 외교안보 처신 가볍다“
박주선 "文대통령, 사드 즉흥적 조사지시에 정치적 의도"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 "국제 문제로 확산 조짐”

일각선 이달말 한미정상회담 악영향 우려도

진실공방 당사자 한민구 장관 ”말로써 말 많으니…“



[헤럴드경제]문재인 대통령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추가반입 보고 누락에 대한 진상조사’ 지시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야당이 “(외교안보 이슈에 대한) 대통령의 처신이 가볍다”며 일제히 공세를 퍼붓고 나서면서다. 
경북 성주군 성주골프장에서 사드 발사대가 하늘을 향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발사계획) 발사대 2기 외에 추가로 4기의 발사대가 비공개로 국내에 추가 반입된 사실을 보고받고 반입 경위 등을 진상 조사하라고 관계자에게 지시했다.

미국 외교 라인은 문 대통령의 사드 진상조사 지시를 ‘국내용’으로 간주하며 ”이해하고 신뢰한다“고 말해 불똥 차단에 나섰지만, 사드 운용 시점 등을 둘러싼 양측의 이견이 노출될 경우 자칫 이달말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진실공방’ 논란의 당사자인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는 애매모호한 화법으로 방어막을 쳤다.

▶野, 文대통령에 대한 외교안보 공세 '포문'=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4일 문재인 대통령이 사드 발사대 추가반입 보고 누락에 대한 진상조사를 지시한 데 대해 ”대통령이 감정적으로, 공개적으로, 즉흥적으로 하는 것이 맞는가“라고 지적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사드 발사대 4기는 포대 외에 한 구성부품이나 요소에 불과하다“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사실 규명을 그렇게 떠들썩하게 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다. 이면에 정치적 의도가 있지 않으냐는 것“이라면서 ”얼마든지 조용히 알아볼 수 있는문제였다. 국민의당은 보고 누락에 대해 정부와 시각차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바른정당 김영우 의원도 이날 사드 발사대 추가 반입을 둘러싼 청와대와 국방부의 ‘진실공방’을 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처신이 가볍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드 배치 보고 누락 논란과 관련해 진실공방이 계속되고 있다”며 “파문이 국내의 남·남 갈등을 넘어 국제 문제로 확산하는 조짐이 보인다는 점은 대단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딕 더빈 미국 상원의원의 발언을 대하는 청와대의 자세도 가볍고 경솔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며 “무엇보다 한미 첫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한미동맹에 부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는 것은 국민 불안을 높이기에 충분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사드 체계를 둘러싼 논란이 더 확산하면 할수록 결국 문재인 정부는이념과 진영논리의 틀 속에 갇힌다”며 “청와대가 북핵 도발에 대한 대응책도 없이 최소한의 방어 무기에 대해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대통령과 청와대는 외교·안보에서만큼은 무겁게 처신해주길 바란다”며 “자국을 지키는 무기를 적과 세상이 다 알 수 있게 공개로 반입하는 경우가 어디에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김 위원장은 “군에게 ‘하극상, 항명, 국기 문란’ 등의 낙인을 찍는 것은 군의 명예를 짓밟는 것이다. 이런 말을 들어가며 국방부 장관이 어떻게 여러 나라 국방부장관이 모인 샹그릴라 회담에서 소신과 확신을 하고 임하겠나”라고 꼬집었다.

그는 “군은 명예와 사기를 먹고 사는 조직이다. 군의 사기를 지키는 일은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몫이다. 군을 개혁 대상으로만 인식하고 네 편 내 편 나눈다면 철통 국방은 요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외교라인, 한미정상회담 불똥 차단 나섰지만…= 이달말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간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외교라인은 서둘러 불똥 차단에 나섰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사드 관련 조치가 환경영향평가 완료나 최종 작전운용 시점 등에 대한 입장차로 번질 경우 한미 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박근혜 정부에서 한미양국은 이달중 환경영향평가를 마무리하고, 사드 운용에 돌입할 예정이었지만, 새 정부가 대규모 전략환경영향평가 등 절차상 투명성 확보를 이유로 사드운용이 내년으로 연기될 경우 자칫 한미동맹에도 엇박자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장관은 지난 3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현재 진행 중인 사드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조치는 전적으로 국내적 조치”라며 “기존 결정을 바꾸려거나 미국에 다른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이 아니며 모든 과정에서 한미동맹의 기본 정신을 최우선적으로 중시할 것”이라며 사드 논란 진화에 나섰다.

이에 대해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부 장관도 한국 정부의 사드 관련 조치에 대해 “이해하고 신뢰한다”고 화답했다.

이번 회담은 사드 발사대 4기 반입 보고 누락 사건 이후 처음으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으로, 미국 측이 사드에 관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됐다.

매티스 장관이 문재인 정부의 사드 관련 조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을 경우 한미 양국의 외교적 갈등으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매티스 장관이 한국 정부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취지의 반응을 보임으로써 사드 논란의 불똥이 한미관계로 튀는 것을 차단하는 모양새가 됐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사드장비 반입 보고 누락 사건에 관한 설명을 들은 허버트 맥매스터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은 “설명해줘서 고맙다”는 답변을 내놨다.

미국 안보 라인 핵심 당국자들이 잇달아 한국의 사드 논란에 관해 말을 아낌으로써 논란의 확산을 차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매티스 장관과 맥매스터 보좌관이 보인 절제된 반응은 이달 말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것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의식적으로 발언을 자제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국내 사드 논란이 진행되는 양상에 따라서는 한미 양국간 갈등의 촉매로 작용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청와대와 여권에서 제기된 사드 부지의 ‘철저한 환경영향평가’가 추진될 경우 사드의 완전한 작전운용 시점을 둘러싸고 한미간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미국은 주한미군 사드의 작전운용을 최대한 조속히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미 양국 군 당국은 사드 부지에 대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이달 중으로 마무리하고 국내 미군기지에 보관 중인 발사대 4기를 반입해 사드의 완전한 작전운용을 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사드 부지에 대해 대규모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할 경우 사드의 완전한 작전운용이 내년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드 발사대 1기가 요격미사일을 재장전하는 데는 약 30분 걸리기 때문에 발사대 2기만으로는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효과적으로 요격하는 데 한계가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데도 주한미군이 제한적인 성능만 발휘하는 사드를 상당 기간 운용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이달 말 열릴 한미 정상회담은 이번 사드 논란과 관련해 한미관계의 중요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북 성주군 성주골프장에서 사드 발사대가 하늘을 향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발사계획) 발사대 2기 외에 추가로 4기의 발사대가 비공개로 국내에 추가 반입된 사실을 보고받고 반입 경위 등을 진상 조사하라고 관계자에게 지시했다.

▶한 국방 "말로써 말 많으니"…애매모호 화법으로 방어막= 이런 가운데, 논란의 한가운데 있는 한 장관은 애매모호한 화법으로 방어막을 쳤다.

한 장관은 지난 3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대화)에서 국내취재진과 간담회에서 사드 보고누락 사건에 관해 거듭된 질문이 나오자 “한국말에 이런 게 있지 않은가, ‘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라며 운을 뗐다.

이어 “조사가 되고 나름 정리되고 하는데 이런저런 말을 하는 게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며 즉답을 피했다.

‘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는 옛말은 어떤 사안에 관해 말을 덧붙일수록 여러 해석을 낳아 사태를 키울 수 있으니 아예 말하지 않는 게 낫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논란에 휩싸인 유명 인사들이 복잡한 심경을 우회적으로 표현할 때 종종 인용하는 구절이기도 하다.

한민구 장관은 최근 사드 보고누락 사건이 불거진 이후 언론의 질문 공세를 받았지만, 거의 일관적으로 발언을 피했다.

이번 아시아안보회의 행사장인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 도착했을 때도 어김없이 관련 질문이 나오자 “제가 특별히 더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삼갔다.

싱가포르 방문을 앞두고 국방부 청사에 출근할 때도 취재진이 쏟아내는 질문에 같은 방식으로 대응했다.

한 장관은 군인 출신이지만, 언론의 생리를 비교적 잘 아는 인물로 평가된다.

언론의 질문 공세를 피하는 것도 불필요한 발언으로 ‘설화’를 일으켜 좋을 게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지난달 25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보고와 다음날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대한 보고에서 사드 발사대 4기의 국내 반입 사실을 빠뜨렸다. 한 장관은 정의용 안보실장과의 오찬에서 정 실장이 발사대가 추가로 들어왔느냐고 묻자 “그런 게 있었습니까”라고 반문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보고누락을 지시한 적이 없고 정 실장과의 오찬에서 나온 발언은 ‘뉘앙스의 차이’ 때문일 수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onlinenew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