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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락산 화재 르포]밤 새 뜬 눈, 친지 안부 전화도…조마조마했던 상계동 주민들
-화재현장 근처 주민들, 불안함에 잠 설쳐
-연기ㆍ냄새 온동네 가득…마스크 하기도
-소방차 64대, 2330명 동원 5시간 진화작업
-밤새 친지들 안부 문자 받기도


지난 1일 오후 9시 8분께 서울 노원구 상계동 수락산 귀임봉 5부 능선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축구 면적 약 5.5배(3만9600㎡, 오전 3시 기준)가 소실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수락산 아래 거주하는 주민들은 놀란 가슴을 붙잡고 불안한 마음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2일 오전 출근 및 등하교길에 만난 수락산 화재현장 부근 주민들은 한 목소리로 지난 밤 조마조마했던 상황 때문에 가슴졸이며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고 했다. 

 
[사진=박준규 기자/nyang@heraldcorp.com]


지난 1일 오후 발생한 수락산 화재 현장을 바라보고 있는 서울 노원구 상계동 주민들의 모습. [박준규 기자/nyang@heraldcorp.com]

화재현장 인근 현대아파트 주민 이정란(46ㆍ여) 씨는 “밤 산책길이 너무나도 밝아서 달빛인 줄 알았는데, 수락산쪽을 바라보니 불길이 치솟고 연기가 피어올라 119에 바로 신고를 했었다”며 “바람이 강하게 불다보니 불길이 주택가까지 내려올까봐 밤새 걱정하다 새벽 3시가 넘어서야 잘 수 있었다”고 당시 긴박했던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또 다른 현대아파트 주민 어모(70ㆍ여) 씨는 “베란다에서 화재 현장이 훤히 보이는데 밤새 소방관들이 고생이 많았다”며 “선잠을 자다 깨면 걱정이 돼 베란다에 나가 화재 현장을 쳐다보길 반복했다”고 말했다.

인근 노원초 5학년생인 임태균(12) 군은 “산불에 대해서 학교에서 선생님께 수업 시간에만 들었는데 실제로 보니 훨씬 더 무서웠다”며 “밤새 나무타는 냄새가 가득해 불안하고 걱정이 됐다”고 했다. 노원초 4학년생인 한모(10) 군은 “밤새 산불로 인해 탄 냄새가 집안까지도 가득했고, 수락산이 불타는 꿈을 꾸기도 했다”며 “아침엔 소방헬기 소리에 오전 6시 30분께 일어났다”고 덧붙였다.

지난 1일 오후 발생한 수락산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동원된 소방차 뒤로 모여든 주민들의 모습. [박준규 기자/nyang@heraldcorp.com]

지난 1일 오후 10시께 소방당국 현장지휘본부가 마련된 상계동 먹자골목 주변에 모여든 주민들 역시 걱정스런 마음에 능선을 따라 번져가는 불길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점차 커져가는 불길은 인근 한신아파트 단지는 물론 지하철 7호선이 지나는 동1로에서도 수락산 위 불길이 한눈에 들어올 정도였다.

수락산 등산로 진입로에서 100~150m 떨어진 아파트 단지에 사는 주민 박모(31) 씨는 “내일 출근이지만 마음이 조마조마해 집에 들어가 있을 수가 없다”며 “불을 다 끌 때까지 기다리며 지켜봐야겠다”고 안타까워 했다.

연기와 매캐한 냄새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온 한 주민은 “눈도 따끔하고 냄새도 많이 나다보니 마스크를 쓰고 나왔다”며 “불이 난 직후부터 나와 현장을 보고 있었는데 언제 꺼질지 몰라 불안해 잠을 잘 수 없어 나왔다”고 한숨을 쉬었다.

불길은 초기 진화작업을 어렵게 한 초속 5m의 강풍을 타고 오후 11시께 띠를 이루며 정상까지 도달했다. 고압 펌프가 탑재된 소방차가 속속 동원됐지만 불길이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자 노원구청 직원들은 물론 의용소방대원까지도 속속 화재 진압 현장으로 투입됐다.

2일 오전 큰 불길이 잡힌 수락산 화재 현장의 완전 진화를 위해 출동한 소방헬기가 물을 뿌리고 있는 모습. [박준규 기자/nyang@heraldcorp.com]

불길이 시작된 곳 인근에 위치한 한신아파트의 한 주민은 “불길이 아래로 내려올까봐 걱정돼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주민들이라도 함께 불을 꺼야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날 국민안전처는 수락산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한 후 30분 내외로 수락산 근처 주민들에게 재난문자를 발송해 안전을 권고했다.

소방당국은 차량 64대와 인원 2330명을 동원해 고압 펌프로 진화작업을 벌인 끝에 5시간 17분만인 2일 오전 2시 25분께 초진에 성공했다. 현대아파트 주민 이모(52ㆍ여) 씨는 “불길이 산 아래로 번지는 게 아닐까 조마조마했었는데 큰 불이 잡혔다는 소식을 들으니 안심이 된다”며 “큰 피해 나지 않고 불길을 빨리 잡을 수 있게 고생하신 소방관과 경찰, 공무원 여러분께 모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밤 늦도록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집 밖을 서성이던 주민들도 오전 1~2시가 넘어서는 대부분 집으로 돌아갔다.

2일 오전 수락산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밤새 출동했던 소방차 주위로 모여든 상계동 주민들. 불안감에 밤새 잠을 설친 탓에 주민들의 얼굴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박로명 기자/dodo@heraldcorp.com]

야간인데다 강풍이 불어 띄우지 못했던 소방헬기도 동이 트면서 10대가 동원됐다. 화재 현장에서 조금 떨어진 중계동에 사는 주민 이모(57ㆍ여) 씨는 “소방헬기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며 “큰 불은 잡혔다고 한 만큼 마지막 불씨까지도 없애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날이 밝으며 수락산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화재 소식을 전해 들은 친척, 친구들로부터 안부 전화와 문자를 받기도 했다. 화재 현장 근처 아파트 단지 주민인 박모(30) 씨는 “일본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까지도 인터넷 속보를 보고 괜찮냐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며 “밤새 온 가족이 친지들로부터 안부 전화와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고 했다.

수락산=신동윤 박준규 박로명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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