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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감기 항생제 처방률이 아직도 41%나 되는 현실
우리나라 병ㆍ의원의 감기 항생제를 처방하는 비율이 40.99%(2016년 하반기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전국 4만6746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여전히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보다 평균 두배 이상 높은 수준임은 말할 것도 없다. 무엇보다 2016년 8월 보건복지부 주도 아래 관계 부처 합동으로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을 발표하며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진행중인데도 1년 전(43.52%)보다 불과 2.53%포인트 개선하는데 그쳤다. 이래가지고서야 5년 후 감기의 항생제 처방률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감기는 바이러스 질환이다. 세균 질환에 사용되는 항생제는 거의 필요없다. 그런데도 항생제 처방이 남발되는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한 번에 낫게 하겠다’는 잘못된 관행 때문이다. ‘가벼운 증상에 독한 처방’으로 잘 낫게 하는 의사, 잘 고치는 병원이란 평판을 얻으려 한다는 얘기다.

의료기관별 감기 항생제 처방 비율이 이를 잘 보여준다. 상급종합병원은 그 비율이 13.69%에 불과한데 병원은 46.13%, 동네의원 40.69%나 된다. 경영 영세성을 면치 못하는 소규모 지역 의료기관이 세배 이상 높은 처방율을 나타냈다. 이론적으로만 본다면 작은 병원의 진료 의뢰서가 필요한 3차 진료기관인 대형 종합병원에 오는 감기환자는 아주 심한 상황일테고 더 강하고 많은 항생제 처방이 이뤄지는게 정상이다. 하지만 결과는 그 반대다.

대표적인 유소아 질병인 중이염에서도 같은 결과가 보인다. 역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발표한 지난해 급성중이염 항생제 처방률을 보면 병원 86.35%, 동네 의원은 89.15%나 된다. 거의 무조건 항생제가 쓰이는 셈이다. 종합병원도 49.94%로 결코 낮지 않지만 상대적으로는 진료 원칙에 더욱 충실한 셈이다.

항생제는 몸 안의 좋은 세균까지 죽여 세균 균형을 무너뜨린다. 어린 시절 항생제 복용이 아토피 피부염과 같은 알레르기 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항생제 남용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어떤 약이든 걸려서 나으라는 투망식 과다 처방의 최대 부작용이 항생제란 사실은 이제 상식이다. 건강보험 재정에서 약품비 비중이 OECD 최상위인 30%에 육박하고 이중 10% 가까이가 항생제 비용이다. 의료계의 자성이 항생제 후진국을 벗어나는 관건이다. 이제 더 이상 강조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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