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 31일 공판서 “딸 용서해달라” 울면서 최후변론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박근혜(65)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던 최순실(61) 씨 모녀가 서울 남부구치소에서 밤을 보냈다. 어머니 최 씨는 1일 구치소에서 형사재판을 준비하고, 딸 정유라(21) 씨는 전날에 이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정 씨는 지난 31일 오후 3시 5분께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곧바로 검찰에 압송돼 8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정 씨는 1일 오전 1시 40분께 곧바로 어머니 최 씨가 있는 서울 구로구 천왕동 남부구치소에 수감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해 12월 정 씨의 체포 영장을 청구하면서 유치장소를 남부구치소로 정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공범인 최 씨가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라 분리해 수용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지난 3월 30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되면서 검찰은 최 씨를 지난 4월 6일 남부구치소로 이감했다. 당초 특검의 계획과는 달리 모녀가 한 구치소에 머무르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호송관들이 최 씨와 정 씨의 동선을 고려해 마주치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분리할 것”이라고 했다.
정 씨가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자 최 씨는 법정에서 불안한 심경을 내비쳤다.
최 씨는 지난 31일 열린 ‘이화여대 입시ㆍ학사 비리’ 사건 결심(結審) 공판에서 최후 변론을 하면서 “유라를 용서해달라”며 흐느꼈다. 특검팀이 징역 7년의 중형을 구형할 때도 표정변화가 없던 그는 딸 이야기가 나오자 감정에 북받쳐 울기 시작했다. 최 씨는 이날 최후 변론 상당 부분을 딸을 변호하는데 할애했다. 최 씨 측 오태희 변호사는 최후 변론을 시작하며 정 씨가 공범이 아니라는 점을 5분여 간 설명했다. 최 씨도 직접 준비해온 글을 읽으며 “유라가 권력과 재력을 들여 이화여대에 들어갔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고 호소했다. 최 씨 측 이경재(68) 변호사는 31일 기자들과 만나 “(최 씨가) 앞으로 유라가 어떤 상황에 처할지에 대해 불안해 하고 있다”고 했다.
최 씨의 불안한 심경이 진술 변화를 이끌어낼지 주목된다. 최 씨는 현재 박 전 대통령과의 공모관계 등 검찰 수사 전반의 내용을 부인하고 있다. 특검팀은 최 씨가 박 전 대통령과 차명 휴대전화로 수백 차례 통화한 점, 사저 관리를 해주고 옷 값을 대납하는 등 친밀하게 지낸 점 등을 파악했다. 하지만 최 씨와 박 전 대통령 사이에 범행과 관련해 어떤 말들이 오갔는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정 씨의 검찰 수사로 최 씨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박 전 대통령과의 공모관계에 대해 입장을 바꾼다면 재판의 판세가 뒤집힐 것으로 보인다.
정 씨가 이화여대에 부정입학하고 각종 학사특혜를 받은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된다면 어머니 최 씨와는 따로 재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최 씨는 정 씨의 ‘이화여대 입시ㆍ학사 비리’ 사건과 관련해 오는 23일 공범인 최경희(55) 전 총장 등과 함께 판결을 선고받는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정 씨의 업무방해 혐의는 어머니와 범행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교환했는지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업무방해 혐의로만 기소된다면 최 씨와 별도로 재판을 받을 가능성이 크고 외국환거래법위반 등 혐의로 최 씨와 함께 기소된다면 함께 재판을 받을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했다.
한편 최 씨 범행의 수혜자인 정 씨가 검찰조사를 받으면서 국정농단 사건의 마지막 퍼즐이 맞춰질지 관심이 모인다. 이화여대 학사비리, 삼성 뇌물수수, 재산 해외은닉 등 최 씨 범행의 동기는 항상 딸 정 씨로 귀결됐다. 검찰은 정 씨를 추가조사해 삼성의 특혜지원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 직접 관여했는지 여부를 추궁할 방침이다. 범행의 정점에 선 정 씨가 향후 최 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서 이같은 내용을 진술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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