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프리즘] ‘이니’의 트라우마, 끓어오르는 집값
줄을 잘 서는 게 이렇게 중요하다. 전임자가 만든 기저효과다. 참모는 이견(異見)을 말하는 게 의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일갈이 정점이다. 대통령 지시사항을 한 마디라도 놓칠세라 받아적던 직전 정부 참모는 시절이 바뀌었음을 손가락 끝에서 느낄 법하다. 테이크아웃 커피, 청와대 구내식당에서 식판을 든 사진, 반려묘 대변을 치우는 모습까지…. 열혈 지지자들이 문 대통령 이름 끝자를 변형해 애칭처럼 부르는 ‘이니’는 소통하는 부드러운 대통령의 ‘끝판왕’임을 대변하는 걸로 비친다. 조각(組閣)과 추경부터 만만치 않지만, 문 대통령의 초반 ‘꽃길’은 ‘문빠(극렬 문재인 지지자)’와 별개로, 대권 재수(再修)를 통해 쌓은 내공으로 스스로 깔고 있다고 본다.

‘이니’의 경고는 그래서 임팩트가 더하다. 첫 옐로카드를 한국경영자총협회에 꺼냈다.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경총에 ‘반성과 성찰부터 하라’는 말엔 노여움이 배어 있다. 대선 후보 TV토론 때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이보세요’라고 한 걸 두고 ‘인간 문재인’이 극도로 화났을 때 하는 말이라는 분석이 있었다. 이를 감안하면, 문 대통령이 경총에 보통 서운했던 게 아닌 모양이다.

무른 줄만 알았던 ‘이니’는 ‘불도저’였다. 1호 공약이 일자리창출인 데다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까지 만든 상황에서 경총의 비협조가 마뜩잖았던 것이다. 그렇더라도 비정규직을 획일적으로 정규직화하긴 부담이라는 재계의 우려를 단칼에 제압하는 게 맞는진 의문이다. 공세적인 ‘이니’가 껄끄럽게 된 재계와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 나갈지에 따라 내공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을 듯하다.

일자리 창출이 시장 메커니즘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측면에서 집값 추이도 관건이다. 요즘 수상하다. 한 달새 1억원 올랐다는 곳이 있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부터 꿈틀대더니 수도권과 세종시까지 상승세가 번진다. 떨어질 거라던 집값이 오르자 민심이 들썩인다. ‘저 동네는 오른다는데 우리 지역은 뭐냐’ 상대적 박탈감이 여지없이 피어오른다. 집값 잡기에 실패해 좀체 추동력을 얻기 힘들었던 참여정부처럼 되는 게 아니냐는 섣부른 전망도 있다. 냉정히 보면 일부 지역에 국한한 오름세이지만, 프레임은 이미 ‘대세 상승장’으로 짜인 분위기다.

집값은 문재인 대통령에겐 트라우마다. 그는 참여정부의 핵심에 있었다. 당시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평균 63.7% 상승했다는 집계도 있다. 집값 잡겠다며 규제책을 시리즈로 내놓았지만 작동하지 않았다. 시장을 이길 순 없다는 교훈은 진하게 남았다.

문 대통령은 시험에 든 것인가. 참모들도 부동산을 리스크 요인으로 보고 대책을 논의한다고 한다. 현장이 설설 끓고 있단 진단에 후순위로 미뤄뒀던 집값 대책을 살피는 분위기다. 집값 추이는 일자리 숫자 이상으로 중요한 민심의 바로미터다. 집값 상황판이라도 만들고, 국민이 궁금해 하는 대목이 있으면 설명도 해야 한다. 트라우마야말로 소통과 상담으로 넘을 수밖에 없다. 냄비 안의 물이 끓어 넘치기 직전 찬물 적당량을 두 차례 정도 넣어줘야 국수가 맛있게 삶아진다. ‘이니’와 집값, 그 시즌2가 막 상영하려 한다. 

hongi@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