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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권경찰’ 성적표 될 인권영향평가 살펴보니…
-치안 인권 감수성 사전ㆍ사후적 평가
-권리 제한 목적ㆍ수단ㆍ최소 침해 등
-영장절차 미준수ㆍ광범위한 채증 등 불씨 여전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경찰청이 ‘인권경찰 만들기’의 일환으로 제시한 인권영향평가는 경찰이 펼치는 치안정책 전반을 인권의 기준에서 되돌아본다는 점에서 치안서비스의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인권 경찰’에 대한 성적표로 기능할 전망이다.

경찰청은 지난 27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다양한 인권경찰 실현 방안 중 하나로 인권영향평가를 도입하겠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영향평가는 기관이 시행하는 정책이나 투자 등 행정이 인권에 미치는 영향을 예상하고 평가하는 제도다. 


경찰이 시행할 인권영향평가의 대략적인 모습은 지난 2015년 경찰청이 용역발주한 ‘경찰 인권영향평가제도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보고서’를 통해 가늠해 볼 수 있다.

이준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중심으로 한 연구팀은 보고서에서 “경찰의 공권력은 누군가의 신체 및 재산의 보호를 위해 때로는 다른 누군가의 자유를 제한해야 한다는 점에서 인권 보장과 상당부분 긴장관계에 있다”며 인권영향평가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인권영향평가는 다른 영향평가와 달리 과거의 정책에 대해 행해질 때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진정 기능과 같이 사후에 시정하는 효과도 나타난다. 결과적으로는 경찰의 인권 감수성에 대한 성적표가 되는 셈이다.

인권영향평가는 치안서비스가 정당한 목적을 위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적절한 수단을 통해 공권력 행사의 대상이 되는 시민의 권리를 최소로 침해하는지를 평가한다. 개별 행위의 인권침해 여부 뿐만아니라 그런 법 집행이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적용되는지도 평가 대상이다.

평가되는 경찰 행위는 수사에서부터 조직행정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연구팀은 기소중지자에 대한 탐문수사를 하던 경찰관이 정복을 입고 초등학교 자녀의 학교에 찾아가 “엄마 어디 있는지 똑바로 말하지 않으면 혼난다” 등의 말을 한 경우가 수사과정에서 발생한 대표적인 인권침해 사례로 들었다. 2013년 인권위는 이 진정에 대해 탐문수사 사실을 학교에 알렸다는 점에서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했고 자녀에게 공포심과 수치심을 느끼게 해 인격권과 신체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지난 28일 경찰이 엉뚱한 사람을 보이스피싱 전달책인줄 알고 연행하면서 얼굴 등을 마구 폭행한 사실 역시 체포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인권침해의 대표적 케이스다. 압수수색 등의 과정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된 피의자라고 해도 강제적 신체수색 및 소지품 확인행위는 영장을 필요로 하며 경미한 범죄를 이유로 현행범으로 체포하거나 지명 수배자 체포시 구속영장 집행절차를 준수하지 않는 것 역시 인권침해 요소가 있다고 봤다.

최근 경찰은 공권력 확립을 위해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자에 대해 모욕죄로 적극 입건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피해자 경찰관이 직접 수사하거나 조사과정에 개입해 공정한 법 집행을 저해한다는 차원에서 인권 침해 요소가 있다는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집회ㆍ시위의 관리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광범위한 채증은 집회ㆍ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며 교통소통 등을 이유로 집회금지통고를 하는 것은 그 범위가 넓고 모호한데다 주최측의 정치 성향에 따른 법의 차별적 집행이 드러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인권영향평가를 시행에 앞서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인권강화는 시대적 요구”라면서도 “실제 치안 현장에서는 지침이나 매뉴얼 등 말로 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고 했다. 이어 “현장에서 경찰관들이 노력해서 적용가능한 수준을 목표로 지정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개별 경찰관이 인권에 대한 존중의식을 내면화하고 행동이 몸에 배도록 교육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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