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끼줍쇼’는 몇가지 룰을 만들어놨다. 벨을 누르고 그쪽에서 조금만 망설이면 철수, 밥을 먹었다고 하면 무조건 철수, 주인이 방송 공개를 조금만 꺼려도 철수 등이다.
이 룰은 왜 만들었을까? 민폐방송이 되지 않기 위해서다. 잘못 하면 구걸방송, 민폐방송, 무례방송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나름 민폐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저녁식사를 매개로 일반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줘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번 노량진 고시촌편은 오히려 그 룰을 지킴으로써 민폐방송이 됐다.
방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고시원의 비좁은 통로에 MC들과 스태프들이 서 있는 자체만으로도 민폐가 될 수 있다. 방음이 전혀 안되는 데다, 오는 6월 시험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한끼줍쇼‘팀은 그들이 만들어놓은 룰을 금과옥조처럼 지키려고 했다. 그러다보니 “고시생과 이야기만 나누면 된다. 원래 이런 프로그램이다” “이렇게 살살 말해야 하나. 답답하다” “‘한끼줍쇼’ 사상 가장 조용한 방송이다”와 같은 상대를 배려하지 않은 말들이 나오게 됐다.
따라서 앞으로는 방문장소에 따라 융통성을 기해야 한다. 제작진이 공시생들의 힘든 처지를 보여주고 이들에게 요리를 해주기 위해 김풍과 미카엘 셰프를 게스트로 데리고 간 것은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하지만 룰을 지키느라 6천원으로 음식을 만드는 게 오히려 이상하게 보일 정도였다.
공부하는 노량진 공시생의 사적인 공간에 찾아가는 건 조심을 요한다. 그들은 ‘한끼줍쇼’의 방문과 ”‘냉장고를 부탁해’ 아시냐?” “웹툰 보시냐?”라는 질문에 답하기 곤란했을 것이다.
그래도 방문해야 한다면 과감히 룰을 바꿔 고시생에게 밥차를 제공하거나 따뜻한 한끼를 좀 풍성하게 만들어주고 오는 게 더 낫다.
노량진편은 앞으로 ‘한끼줍쇼’가 만들어놓은 룰은 특정한 직업군이 모여있는 공간을 방문하는 등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해야 함을 말해주고 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