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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흑인 차별 No” 美대법원, 노스캐롤라이나 투표권법 상고 기각
-유권자 신분 확인 강화 투표권법 사실상 폐기
-민주·시민단체 “유권자의 승리” 환영
-공화 “다른 법안 마련” 입장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미국 연방대법원이 흑인의 투표권을 제한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노스캐롤라이나주(州)의 투표권법을 사실상 폐기했다.

뉴욕타임스(NYT), 더힐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대법원은 15일(현지시간) 유권자 신분 확인 강화를 골자로 한 새로운 투표권법 시행을 주장하며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 등이 제기한 상고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7월 연방 제4 항소법원은 2013년 제정된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투표권법 개정안이 ‘외과 수술의 정교함(almost surgical precision)’으로 흑인을 겨냥한 차별적인 법이라며 선거에서 시행해선 안 된다고 재판관 3명 만장일치로 판결했다. 

[사진제공=AP]

다만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대법원에서 누가 노스캐롤라이나주 투표권법을 승인하고 누가 승인하지 않는지에 대해 분류한 경우가 많았다”며 “상고 기각은 본안에 대한 의견 표현이 아님을 상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투표권법은 사실상 무효화됐다.

톰 페레즈 민주당전국위원회(DNC) 위원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대법원의 판결은 유권자들의 위대한 승리”라며 “흑인 사회의 투표권을 제한하려는 공화당원들에게 막대한 타격을 입혔다”고 평했다.

그는 “공화당은 미국인의 헌법적 권리인 투표권 행사를 어렵게 만드는 이같은 법안들을 통과시켜 왔다”면서 “민주당은 미국에서 투표가 기본적인 권리며, 더 많은 국민들이 선거에 참여할 때 민주주의가 더 강해진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미국시민자유연합(ACLU)도 대법원 판결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대일 호 ACLU 투표권프로젝트 책임자는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투표권법은 매우 응당한 종말을 맞았다”고 말했다.

반면 공화당이 지배하고 있는 노스캐롤라이나 주의회는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투표권 제한 법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공화당의 필 버거 상원 원내대표와 팀 무어 하원의장은 성명을 통해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모든 주민들은 공화당 의원들이 투표할 때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을 보여달라는 상식적 요구 사항을 이행함으로써 선거의 완전성을 보호하기 위해 계속 싸울 것이라고 믿고 안심해도 된다”고 밝혔다.

팻 매크로리(공화)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는 지난 2013년 8월 ‘가짜 투표를 막자’는 취지에서 유권자 신분 확인을 의무화하는 투표권법 개정안에 서명했다.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을 지닌 등록 유권자만 대선과 상·하원 선거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사전투표 기간을 17일에서 10일로 줄이고, 당일 유권자 등록제와 18세가 되면 자동적으로 등록유권자가 될 수 있도록 하는 16세 청소년의 투표참여 허가제를 모두 폐지했다.

그러나 법 제정 후 백인들이 많이 보유한 신분증만 인정하고 흑인이나 소수 인종이 많이 지닌 신분증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가령 운전면허증, 여권, 군인 신분증, 은퇴장병 신분증 등 백인에게 흔한 신분증은 투표에 유효하나 정부 직원 신분증 또는 학생증, 공공 지원대상자 신분증, 만료가 지난 운전면허증 등을 주로 소지한 흑인은 투표를 할 수 없다. 그나마 미국에서 얻기 쉬운 신분증이 운전면허증인 상황에서 차를 몰지 않은 수 만명의 흑인은 운전면허증이 없으면 투표장에 갈 수 없게 된 셈이다.

결국 공화당이 앞장서 제정한 유권자 신분 강화 법안은 빈곤층, 젊은 층, 그리고 소수 인종의 투표 참여를 막아 공화당의 득표율을 올리려는 전략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미국 법무부와 인권단체 등은 노스캐롤라이나주 투표법 개정안은 민주당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는 흑인들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 정교하게 고안된 법이라며 항소법원에 이의를 제기했고, 판결에서 승리한 이후 대법원에도 항소법원의 취지를 퇴색하는 결정을 내려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지난해 11월 대선 당시에는 대법원이 4-4 판결로 결론을 내리지 못해 항소법원의 판결에 따라 투표권법이 시행되지 않았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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