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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 정부 이틀이 남긴 것…“마누라 빼고 다 바꾼다”?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10일 오전 8시 9분. 문재인 대통령의 시작은 파격이었다.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대통령과의 셀카는 연일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낳고 있고, 문 대통령은 ‘이니’라는 별명도 얻었다. 대통령과 참모들이 원형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고, 식사 이후엔 여느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테이크아웃잔을 들고 산책을 한다. 대통령이 직접 기자들 앞에 서서 국무총리 후보자 등 내각 인선도 발표했다. 그런가 하면 그간 국민들이 적폐(積弊)라고 생각하는 것에는 조용하지만 강경한 ‘전쟁’을 선포했다.

모두가 이틀만에 벌어진 일들이다. 문 대통령의 48시간만 놓고 보면 ‘대통령이란 무엇인가’ ‘대통령은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말을 해야 하나’ 같은 질문도 필요가 없어졌다. “이전과 달라서 너무 적응이 안될지경”(ssdr****) “원래 저래야되는데 그동안 각하소리 들어가며 왕처럼 군림했지”(saer****)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리는(jupi****) “뉴스가 이리 재밌고 기다려지긴 처음”(dina****)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 전인 지난 5일 오후 부산광역시 중구 남포동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한 어린이를 안아주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 이틀간의 핵심 코드로 ‘변화’와 ‘소통’을 꼽는다. 문 대통령이 이틀간 보여준 행보는 사실상 ‘마누라 빼고 다 바꾼다’는 변화의 의지로 읽힌다는 얘기다. 여기엔 제왕ㆍ불통ㆍ강요된 애국심 등의 상징으로 몰락한 청와대와 정부의 변화와도 맥이 닿아있다는 분석이다.

10일 국회의사당 중앙홀에서 열린 ‘작은 취임식’은 파격의 시작이었다. 문 대통령은 의장대 행진이나 보신각 타종 등 이전의 화려한 취임식 대신 20분간 취임선서 위주로 약식취임식을 진행했다. 취임식에는 여야 지도부, 당직자, 정부 관계자는 물론 일반 시민들이 함께 모여 박수를 치고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는 등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이 시민들과 ‘셀카’를 찍는 모습도 전에 보기 힘든 광경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아침 서울 홍은동 자택을 나서면서부터 이웃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아이들을 안아주며 사진을 찍었다. 취임식을 마치고 차에 타기 직전에도 휴대폰을 내민 행사 참석자와 ‘셀카’를 찍었다. 문 대통령은 차량 이동 중에도 선루프를 열고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등 임기 시작부터 ‘소통 대통령’으로서의 면모를 뽐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야당 당사를 방문한 것도 파격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현충원 참배를 마친 뒤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를 찾았다. 현직 대통령의 야당 당사 방문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에도 차례로 방문했다. 이는 후보 시절 “당선되면 제일 먼저 야당을 찾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차원을 넘어 야당과의 협력 의지를 분명히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 나와 국무총리 후보자 등 내각 인선을 직접 발표한 것도 새로웠다.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고 “국무총리 후보자 등 새 정부 첫 인사를 제가 직접 국민들께 말씀드리고자 한다”며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주영훈 대통령 경호실장을 차례로 지명하고 인선 이유를 설명했다.

11일 오전 발표한 청와대 비서실 인선도 놀라웠다. 이날 총무비서관에 임명된 이정도(52) 기획재정부 행정안전예산심의관은 엘리트 공무원 집합소인 기재부 내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행정고시가 아닌 7급 공채 출신으로 고시 출신도 맡기 어려운 기재부 국장직을 지냈다.

특히 총무비서관 자리는 청와대 인사와 재정을 총괄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기 때문에 그동안 대통령의 최측근들이 맡아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이명박 전 대통령도 총무비서관 자리엔 자신의 집사를 앉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한 술 더 떠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이재만을 총무비서관으로 기용했었다. 이번에도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청와대의 안살림을 챙길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의 취지에 맞게 측근이 아닌 재무 전문가를 앉혔다.

뿐만 아니라, 문 대통령은 인사수석 자리에 조현옥(61) 이화여대 정책과학대학원 초빙교수를 임명해 여성인재에 대한 과감한 발탁의지를 보여줬다. ‘여성 1호 인사수석’이 된 조 교수는 이번 대선 때 민주당 선대위 성평등본부 부본부장을 맡았다.

민정수석에는 그간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과 ‘검찰과 경찰 간 수사권 조정’ 등을 통해 검찰 개혁을 주장한 조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임명했다. 비(非) 검찰 출신인 조 수석의 기용은 검찰의 정치적 독립과 권력남용 방지 등 노무형 정부에서도 실패한 검찰 개혁을 해내겠다는 굳은 의지로 풀이된다.

better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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