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으로 실추된 대한민국도
자존감 회복할 절호의 기회
지난 2009년 미국은 다국적 국가ㆍ도시 평가기관인 안홀트-gfk사에서 발표하는 국가브랜드 지수(NBI) 순위에서 전년 대비 6단계나 뛰어올라 1위를 기록했다. 버락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첫 해였다. NBI를 창안한 사이먼 안홀트는 당시 “올해 미국처럼 극적인 변화를 보인 나라는 없었다”며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때에는 미국이 ‘비호감’ 외교정책 때문에 브랜드 평가에서 고전했으나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국가 이미지가 좋아졌다”고 분석했다. 국민에 의해 선출된 최고 정치지도자가 국가의 대외 이미지와 신뢰도를 극적으로 바꾼 대표적인 사례이다.
8일로 제 19대 대통령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미 지난 4~5일 역대 대선 첫 사전투표를 통해 국민 4명 중 1명(투표율 26.06%)이 선거권을 행사했다. 이제 대한민국의 운명은 나머지 73.94%의 손에 맡겨졌다.
이번 대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만들어졌다. 최순실로 대표되는 사인에 의한 국가권력의 사유화로 대한민국 국민의 자존감은 땅에 떨어지고, 국가의 대외 신인도와 브랜드 가치가 하락한 상황에서 치러지는 선거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가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의 ‘국격’을 극적으로 바꾸어낼 계기로 꼽힌다. 역대 최고의 사전투표율은 자존감을 회복하고자 하는 국민들의 열망이 빚어낸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사회에 비친 대한민국의 국격과 가치를 나타내는 지수들은 지난해까지 박근혜 정부에서 전혀 진전이 없었다. 이마저도 국정농단 사태가 반영되지 않은 수치들이다. 올해 7월로 예상되는 안홀트-gfk 국가브랜드 2017년 지수를 비롯해 각종 지수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현실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안홀트-gfk 지수는 주요 20개국 2만명을 대상으로 세계 50개국에 대해 통치, 수출, 관광, 투자 및 이민, 문화 및 유산, 국민 등 6분야의 평가를 종합해 지수화한 것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이 순위에서 한국은 2008년 33위에서 조금씩 상승해 2014년 27위까지 올랐으나 국정농단 사태가 반영되지 않은 지난해 순위는 변동이 없었다. 국가투명성기구가 발표하는 국가부패인식지수는 국정농단 사태 반영 없이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2015년 37위에서 지난해엔 52위로 15계단 떨어졌다. 국제단체인 평화기금과 포린폴리시가 발표하는, ‘실패국가지수’로도 잘 알려진 취약국가지수에선 전년대비 변동 없는 156위였다. 이 순위는 낮을수록 ‘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12가지 항목을 개별평가해 지수화하는데, 특히 우리나라는 ▷경제발전의 불균형 ▷빈곤과 경기침체 ▷공공서비스 공급 ▷치안유지 ▷지도층(엘리트)의 이기주의 등에서 지수가 악화 추세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매년 발표하는 국가별 민주주의 지수에서는 지난해 전년대비 순위가 같은 24위를 기록했으나 또 다른 민주주의의 지표라고 할 수 있는 국경없는 기자회의 ‘언론자유지수’는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들어 하락 추세다.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 47위에서 박근혜 정부 첫해인 57위를 거쳐 지난해엔 63위를 기록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전(前) 정부에 의해 민의를 배신당했다고 여기는 국민들의 분노와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사전 투표의 열기로 나타난 것”이라며 “당선 즉시 업무를 시작하는 19대 대통령이 국민과 국제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주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