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조 가곗빚·청년실업도 난제
경제개혁 큰 그림·부양책 함께
노동·기업 개혁도 발등의 불
‘5.9 대선’으로 새 정부가 출범하면 지난해 10월말 최순실 게이트 표면화 이후 반년 넘게 지속됐던 국정공백 사태가 마무리된다. 다행히 지난해 3~4분기를 저점으로 경기가 개선되고 있고, 정치적 불확실성도 사라져 경제활력에 대한 기대도 높아진 상태다.
하지만 대내외 상황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6개월 이상의 국정공백 속에 미국ㆍ중국 등 G2와의 통상갈등 등 대외 리스크(위험)가 최고조에 달해 있고, 국내적으로도 ‘복병’들이 도처에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먼저 국내경제 상황을 보면 지난해 10월 이후 수출이 6개월째 큰폭의 증가세를 보이면서 경기가 상당한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 대비)은 지난해 3~4분기에 0.5%에 머물렀으나 올 1분기엔 예상을 깨고 0.9%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수출 회복에 힘입어 생산 현장이 활력을 되찾고 있고, 반도체 생산설비 증설 등 기업들의 투자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관련기사 2·3·4·5·6면
하지만 경기회복세가 공고하지 않고, 경제활력이 일부 수출 호황 업종에 국한돼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특히 민간소비가 여전히 저조한 수준인데다, 투자 선행지수도 둔화되고 있어 향후 투자 증가세가 저하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 정부가 당면한 최우선 과제는 대내외 리스크 관리를 통해 경제심리를 안정시키는 일이다. 대외적으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가능성 등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 불안요인을 제거하는 일이 시급하다. 위안부 소녀상 문제로 통화스와프 등 경제협력이 중단된 일본과의 경제관계를 정상화하는 일도 중요하다.
G2와의 통상갈등을 해소하는 것은 최근 경기회복을 주도해 온 수출 환경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수출이 꺾일 경우 경제 전반의 활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수차례 엄포를 날려온 미국과 중국이 한국의 대선 이후 외교ㆍ통상 압력을 강화하면서 새정부의 정책 의지를 시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치밀한 대응이 필요하다.
대내적으로는 1300조원을 훌쩍 넘어 한계가구의 부실화 가능성이 커진 가계부채와 청년층 취업난, 심화되는 양극화 문제 등 불안요인을 제거하는 일이 시급하다. 이런 문제의 해결에 대한 믿음이 형성되지 않으면 민간소비도 기조적으로 회복되기 어렵다.
잠재성장률을 높이고 경제 역동성을 되살리기 위한 구조개혁 방향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단기적인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경기부양책을 꺼내기에 앞서, 개혁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경기대응책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지난 정부에서 미완으로 그친 노동개혁의 동력을 되살리는 한편, 최순실 게이트와 경기침체기에 그 필요성이 더욱 부각된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공정한 경쟁풍토 조성 등 기업개혁도 병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사회ㆍ경제적 투명성과 정책 신뢰도 등 사회자본(Social Capital)을 확충해야 국민소득 3만달러대 장벽을 넘어 선진국으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9일의 ‘장미대선’으로 출범할 새정부에 대한 기대가 그 어느때보다 크지만, 인수위의 정책 조정 절차 없이 곧바로 출범하는 만큼 불안정성도 높아 보인다. 이러한 대내외 도전과 핵심 과제의 첫단추를 어떻게 꿰느냐에 우리경제의 운명도 달라질 전망이다.
이해준 기자/hj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