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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기정부 과제] 트럼프 시대의 對美외교, 비선 정치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 지난달 6~7일 미중 정상회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미중 정상회담이 쿠슈너와 추이톈카이(崔天凱) 주미 중국대사의 합작품이라고 보도했다. ‘남부 백악관’으로 불리는 플로리다주(州)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양국 간 첫 정상회담을 갖기로 한 것도 두 남자의 아이디어였다. 

[사진=일본 수상관저]

#.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직후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총리와의 만남도 재러드 쿠슈너 공이 컸다. 당시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주미 일본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에 대비해 쿠슈너와 친분을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당선 직후 아베 총리는 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 총리보좌관과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국가안보국장에 미국행을 지시하며 쿠슈너와 이방카 트럼프와의 친목다지기에 각별히 신경 쓴 것으로 전해졌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다음 대통령의 첫 번째 외교과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다. 한미동맹의 미래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밀관계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아베 총리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데 쿠슈너 고문과 적극 소통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적 친분관계에 따라 정책을 결정하거나 담론을 짜는 경향이 강한 인물이다. 원칙을 내세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악수조차 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결정하는 데에는 그의 맏사위 쿠슈너 고문과 큰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의 입김이 작용한다. 지난 미중 정상회담에서 쿠슈너가 추이 대사로부터 받은 보고서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등 국무부에 회람시켰다는 얘기가 나오는 등 외교 공식라인인 국무부는 정책결정 과정에서 소외된 형국이다. 더구나 국무부 동아시아 부서엔 아직 공석이 많아 소통이 즉각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는 문제가 크다. 한 일본 소식통은 “아직 국무부 인선이 완료되지 않은 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얘기 나누거나 가까운 사람(이방카나 쿠슈너)으로부터 직접 정보를 듣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라며 “최근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 간 통화가 빈번해진 것도 이와 어느 정도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내 딸 이방카가 당신(아베 총리)을 현명한 지도자라고 칭찬했다. 내 딸이 사람 보는 눈은 언제나 정확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차기 정권의 대미외교 성패는 이방카ㆍ쿠슈너 네트워크를 얼마나 적극 이용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주한미군과 미국의 전략무기에 의존하는 현 안보구조 상 트럼프 행정부가 우리 정부에 끼치는 영향력은 클 수밖에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각종 발언에 기를 쓰고 반응하는 것보다는 때로는 의도를 숨기고 타이밍을 기다리는 전술적 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필요에 따라 비공식ㆍ사적 채널을 동원해 트럼프 대통령이 전적으로 신뢰하는 이방카ㆍ쿠슈너와 친분을 쌓기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나라 사이의 입장 차이가 너무 커 타협점을 찾기 어렵거나 민감한 외교사안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이따금 비선(秘線) 인사가 동원됐다. 비선 조직은 공식 관료조직보다 효율적 업무수행이 가능하거나 기밀 유지가 긴요할 때, 그리고 사안에 대한 적합성과 능력을 갖췄을 때마다 국익을 위해 투입됐다.노태우 전 대통령은 박철언 당시 대통령 정책보좌관 등 비선을 가동시켜 공산권 국가와 수교하기 위한 북방외교의 틀을 짰다. 족벌정치(네포티즘) 논란 속에서도 개인적인 친밀감을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책사(策士)형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비선 개입으로 이뤄진 교섭은 대통령이 최종결정의 전권을 가진다는 전제 하에 성공할 수 있다. 정부의 책임있는 비선동원은 장기적으로 우리 외교안보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지만 책임없는 비선동원은 오늘날 ‘최순실 국정농단’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 비선라인이 가동하더라도 해당 업무나 교섭 과정은 문서화되고 공식 외교채널에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공식채널을 철저하게 배제한 비선 교섭은 장기적인 국익이 아닌 현 정권의 이익에만 치중할 가능성이 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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