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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들의 대구는 달랐다…文은 ‘박근혜 비판’, 安은 ‘문재인 공격’
[헤럴드경제=이형석, 대구=최진성ㆍ홍태화 기자] “보수정권 10년 어땠습니까?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목함지뢰, 노크 귀순까지 이미 군사분계선도 뻥뻥 뚫렸습니다. (안보를) 속수무책으로 방치한 것이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였습니다.”(17일 경북대 북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저를 지지하는 국민을 적폐라고 공격했던 문재인 후보가 이제와서 통합을 말합니다. 하지만 통합은 국민을 위해 하는 겁니다. 선거 이기고 나서 다시 계파패권으로 돌아가는 것은 통합이 아니지 않습니까?”(18일 대구백화점 앞,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17일 경북대 유세현장에서 유권자 자녀의 손을 잡아주는 문재인 후보(왼쪽)와 18일 대구 중앙시장 방문에서 시민들과 반갑게 인사하는 안철수. [사진제공=연합뉴스]

문재인과 안철수의 대구는 달랐다. 17일과 18일 단 하루 차이로 같은 도시를 찾았지만, 두 후보의 말은 엇갈렸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이명박ㆍ박근혜 전 대통령의 ‘보수정부’ 10년을 비판했다. 친박(親박근혜계)ㆍ비박(非박근혜계)으로 분열돼 싸웠던 보수정당 행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안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름은 물론이고 과거 보수 정권에 대해선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경쟁자인 문 후보를 겨냥해 ‘계파패권주의’라며 공격했다. 제 19대 대통령선거를 20여일 앞두고 뚜렷하게 갈린 두 후보의 ‘정치적 입장과 전략’이 드러난 것으로 분석된다.

보수 성향이 강한 대구ㆍ경북 지역의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통합’을 내세우며 지지층을 확장하기 위한 목표는 두 후보 모두 같았다. 하지만 문 후보는 과거 정부와 다른 ‘정권 교체’를 강조하며 상대적으로 젊은층에 지지호소를 보냈다. 안 후보는 ‘문재인은 안된다’는 이른바 보수층의 ‘반문정서’를 공략했다. 반응도 달랐다. 경북대에서 문 후보를 만난 대학생 등 젊은층은 박수를 보내며 “부모님들과 젊은층들은 다르다”고 했다. 안 후보가 유세차 찾은 대구중앙시장에선 주로 50~70대 유권자들이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문재인은 안된다” “홍준표 찍으면 문재인이 된다” “안 후보가 많이 배우고 기부도 했다”는 평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문 후보는 17일 경북대 앞 유세에서 “영남도 호남도 박수치는 승리, 우리 대구 시민께서 만들어달라”며 지역을 뛰어넘는 “대한민국 국민 대통령”만들어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통합을 강조하며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도 기뻐하실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도 웃으실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보수정부 10년에 대한 비판에선 날을 세웠다. “대구시민들께서 지지해주시고 사랑해주셨던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고 또 구속돼서 마음이 많이 복잡하실 것”이라면서 “그런데 그렇게 30년동안 무한 지지를 몰아주신 것, 짝사랑해 주신 결과가 무엇이냐”며 대구 경제의 침체를 지적했다. 또 보수정당을 향해 “그런데도 정신을 차리지 않고 지금 또 친박이다, 반박이다, 배신자다 이러면서 싸움질만 하고 있지 않느냐”고도 했다. 보수정부의 안보정책도 강도높게 비판했다. 일련의 북한 도발로 “많은 장병들과 국민들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북한 핵이 무기가 됐다”며 “매일같이 방위산업 비리가 터져나온 것이 이명박 박근혜 정부였다”고 했다. “유능한 진짜 안보 문재인과 무능한 가짜안보(세력)와의 대결”이라며 거듭 안보를 강조하기도 했다. 20대 경북대 학생이라고 밝힌 황모씨는 “예전과 다르게 젊은층들이 문재인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현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많다”고 했다. “안철수는 tv토론회 등을 통해 애매모호한 경향을 보였다”며 “부모님들은 여전히 자유한국당을 지지하는 것 같다”고 했다. 경북대 인근에 산다는 50대 주민은 “이번에는 (민주당 후보) 지지율이 과거의 두배는 나올 것”이라며 “대구에는 젊은이들이 많아서 변화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튿날인 18일엔 안 후보가 대구를 찾았다. 대구 중앙시장과 대구백화점을 연이어 발길을 했다. 시장에선 연설 없이 상인들을 만났고, 대구백화점에서는 연설을 했다. 여기서 안 후보는 “정권교체라고 다 똑같지 않다”며 “더 좋은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 계파패권주의 세력에게 또 다시 나라를 맡길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와 보수정당의 친ㆍ비박 계파싸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문 후보진영만을 ‘계파패권’이라고 몰아세웠다. 안 후보는 “안보 대통령이 되겠다”며 “북한 김정은 정권이 저를 두려워하고 있다, 굳건한 한미동맹 튼튼한 자강안보를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번 대선 국면에서 새롭게 선보인 굵은 저음의 목소리톤으로 “핵을 버려랴” “도발을 멈춰라”며 북에 대한 경고를 외치기도 했다. 지지유세에 나선 손학규 전 의원은 “홍준표 찍으면 누가 되느냐”며 “안철수를 찍어야 한다”고 했다. 또 “문재인 찍으면 문재인이 누구한테 가겠느냐”며 “김정은”이라며 ‘색깔론’을 꺼내들기도 했다.

대구 중앙시장에서 안 후보를 지켜본 일부 중년 여성들은 “문재인은 절대로 찍으면 안된다”고 외치기도 했다. “홍준표 될 것 같으면 찍어주지만, (그렇지 않으니) 홍준표를 찍으면 결국 문재인을 밀어주는 것”이라는 중년 여성도 있었다. “안철수는 배운 게 많고 사회 기부도 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존경하는 안철수 후보님, 실물 한번 뵀으니 이제 저는 죽어도 아무 여한 없습니다’라는 문구를 종이에 써 들고 있는 중년 여성 지지자도 눈에 띄었다. 특히 대구 중앙시장에서의 반응은 전날 안 후보의 광주유세보다도 더 뜨거운 반응이었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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