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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최순실의 진짜 얼굴은
박근혜(65) 전 대통령이 언급되면 최순실(61) 씨는 이성을 잃는 듯 했다. ‘대통령을 몰아가지 말라’며 검찰에 날을 세웠고, ‘박 전 대통령께 죄송하다’며 고개를 떨구기도 했다. 최 씨는 재판 내내 검사를 똑바로 쳐다보며 사실관계를 따졌지만 박근혜 이름 석자 앞에선 태도가 달라졌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심리로 열린 최 씨의 27회 공판 풍경이다. 최 씨는 6시간30분에 걸쳐 피고인 신문을 받았다. 이날 최 씨는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 노릇을 했다. 최 씨는 “헌 시계를 차고 낡은 신발을 시는 사심(私心)없는 분”이라며 “그런 분이 기업을 강탈해 사익을 취하게 했다면 제가 이 자리에서 목숨을 끊겠다”고 말했다. 목이 멘 듯한 목소리였다. 검찰이 ‘대통령이 플레이그라운드가 피고인 회사라는 걸 알고 도와주려 한 것 아니냐’고 묻자 “그런 것에 연루될까봐 40년간 동생에게도 접근 안하신 분”이라고 잘라말했다.

최 씨는 박 전 대통령과의 공모관계도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둘이 공모해 기업들로부터 592억원 상당 뇌물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최 씨는 ‘박 전 대통령이 기업에 재단 후원금을 요구한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모른다”고 일관했다. 검사가 박 전 대통령이 기업 총수에게 최 씨 회사 지원을 요구한 경위를 묻자 “대통령을 그런식으로 몰고가면 안된다. 대통령께 확인한 사항이냐”고 소리높여 반문했다. 대통령이 최 씨에게 ‘재단이 잘 돌아가는지 확인해보라’고 지시한데 대해서는 “제가 확대해석 한 것 같다. 제가 정말 박 전 대통령에게 잘못한 것 같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이날 최 씨 태도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정’으로만 해석할 수 있을까. 최 씨가 박 전 대통령을 감싸면 오히려 뇌물 혐의를 부인하는 두 사람의 운신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 최 씨가 뇌물죄로 처벌되려면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기업에게 뇌물을 받은 사실이 입증돼야 한다. 앞선 재판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이 기업 총수들에게 재단과 최 씨 회사 지원을 요구한 정황, 최 씨가 재단 운영에 관여한 정황은 상당부분 드러났다. 관건은 박 전 대통령과 최 씨가 범행을 계획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등 공모한 사실이 있느냐다. 시종 박 전 대통령을 감싼 최 씨의 발언은 자신의 혐의 핵심인 공모관계를 부인하는 고도의 전략일 수도 있다.

재판부가 최 씨와 박 전 대통령의 진짜 얼굴이 무엇이라고 판단할지 주목된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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