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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제에 바이킹식 시신 안치 ‘빈(殯)’ 풍습 있었다.
정촌고분 1500년전 번데기껍질 발견
지상 시신부패 후 번데기-성충 7~21일 소요
권력자 죽어도 매장 않고 힘 과시 목적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전남 나주 정촌고분 금동신발 내부에서 국내 최초로 파리 번데기 껍질이 발견됐다.

시신이 부패해 곤충의 알이 생기고 구더기로 변한 뒤 번데기로 변태해 껍질을 벗고 성충이 되는 과정으로 미뤄, 이는 고인의 사망 이후에도 한동안 시신을 매장하지 않고 지상의 장소에 상당기간 안치했음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알에서 번데기까지는 7일, 성충까지는 20일 안팎 소요된다.


학계는 이같은 안치를 빈(殯)이라 부르는데, 이같은 풍습은 북유럽이나 일본 등지에서 보고된 바 있다. 번데기 껍질이 바이킹 무덤에 매장된 시신의 옷이나, 일본 하자이케고분의 인골에 부착되어 발견되는 등의 사례가 있었다.

번데기 껍질이 번데기 상태의 것이라면 최소 7일간 안치, 성충으로 허물을 벗고 남은 것이라면 최대 21일 안치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이번 번데기 껍질은 번데기 상태이므로 7~15일 안치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문화재청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소장 지병목)는 나주 정촌고분에서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법의곤충학적 분석연구를 통해 1500년 전에 이른바 ‘빈(殯)’이라는 장례 절차의 존재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고 17일 밝혔다.

파리 번데기 껍질은 정촌고분 1호 돌방(石室)에서 출토된 금동신발 내부의 흙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무덤 주인의 발뒤꿈치 뼛조각과 함께 십여 개체가 발견됐다.

통상 알에서 번데기가 되기까지 평균 6.5일이 걸리는 사실을 고려할 때 정촌고분 1호 돌방의 주인공은 무덤 밖에서 일정기간 장례 절차를 거친 후에 무덤 안으로 들어갔음을 알 수 있다고 연구소측은 설명했다.

그렇다면 왜 빈(殯) 절차를 거쳤을까. 연구소측은 “금동신발 속에서 발견된 점으로 미뤄, 사자(死者)는 권력자이며, 비록 죽었지만 권력의 건재함을 백성들에게 시위하기 위한 목적이 아닐까 본다”고 추정했다.

파리 번데기 껍질은 ‘검정뺨금파리(Chrysomyia megacephala)’의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정촌고분 주변에서도 서식하고 있으므로 기후 변화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주 활동기간은 5~11월(9월경에 가장 활발히 번식)로 정촌고분 1호 돌방의 주인공도 이 기간에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된다.


이번 연구는 1500년 전 파리 번데기 껍질의 법의곤충학적 분석을 통해 삼국시대 장례 문화를 파악해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올해에는 법의학 전문가와의 적극적인 협업으로 파리 번데기 껍질과 함께 출토된 고인골의 신체특성을 분석할 예정이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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