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조기 명가’ 위닉스, 해외서는 정수기 매출 비중 늘리며 新 시장 개척
코웨이ㆍ쿠쿠전자ㆍ청호나이스 등 기존 ‘정수기 강자’도 동남아 공략 강화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정수기가 우리 가전업계의 새로운 ‘수출효자’ 품목으로 떠올랐다.

정수기는 정기적으로 필터를 교체해줘야 하는 등 관리가 까다로워 해외시장 진출이 어려운 품목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뛰어난 기술력과 한국식 렌털 서비스의 편리함이 입소문을 타면서 최근 수출 물량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국내 가전 및 렌털 시장이 상당 부분 포화한 가운데, 새로운 성장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제습기, 공기청정기 등 ‘공조기 제품군’으로 유명한 위닉스가 해외에서는 정수기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사진=위닉스 S100S 정수기]

위닉스는 지난해 120억원어치의 정수기를 수출했다. 국내 정수기 매출의(50억원)의 2.5배에 달하는 수치이자, 공조기 제품군(327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출실적이다. 마른 장마 등 계절적 요인에 휘둘리는 국내 사업의 완충판을 찾은 셈이다.

위닉스의 지난해 전체 제품 수출실적은 530억원으로, 이 중 23%가 정수기에서 발생했다. 유럽법인(Winix Europe B.V.)을 통해 선진국 시장의 문을 직접 두드리는 한편, 동남아시아 신흥시장에서는 현지 총판을 중심으로 유통망을 확장한 결과다.

[사진= 코웨이 마이한뼘 IoCare 정수기]

코웨이와 쿠쿠전자는 말레이시아 시장에서 답을 찾았다. 말레이시아는 수질이 좋지 않아 국가 차원에서 정수기 사용을 장려하는 곳이다. 이에 따라 코웨이는 10년 전부터 현지에 진출, 정수기 렌털 계정을 약 40만개까지 늘렸다. 코웨이 말레이시아 법인은 특히 1300여명의 한국형 ‘코디’를 운용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제고, 2015년 978억원이던 매출을 지난해 1430억원으로 50%나 늘렸다.

쿠쿠전자 역시 말레이시아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5년 3월 진출 이후 약 1년 반만에 정수기 렌털 누적 계정 4만개를 돌파했다. 그 결과 쿠쿠전자의 렌털사업 수출 매출은 2015년 9억원에서 지난해 196억원으로 약 2000% 증가했다. 파죽지세다.

[사진= 쿠쿠전자 인앤아웃 탱크리스 정수기.]

쿠쿠전자가 말레이시아 시장을 전진기지 삼아 베트남, 부르나이 등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이유다. 쿠쿠전자 관계자는 “동남아시아는 경제성장, 도시화 등으로 중산층이 늘고 있다”며 “말레이시아에서 올해 누적 계정 20만개를 넘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청호나이스는 올해 초 ‘글로벌 전략팀’을 신설한 데 이어, 최근 베트남 합작 법인 설립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호나이스는 앞서 2006년에도 ‘미디어청호정수설비제조유한공사’, ‘마이크로미디어필터설비제조유한공사’ 등 중국 합작법인을 설립해 큰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청호나이스의 중국 시장 매출은 1800여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합작회사 성공 DNA’를 베트남에도 이식해 제2의 신화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질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한 미개척 시장이 무궁무진하다. 베트남의 정수기 보급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며 “우리 업체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완성한 ‘렌털고객 관리 시스템’의 해외시장 이식 가능성이 검증된 것도 긍정적이다. 향후 정수기 업계의 해외진출 행보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yesye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