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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반도 전쟁직전까지 가자’…불안 고조시키는 트럼프식 ‘벼랑 끝 전술’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제대로된 대북제재가 이뤄진 적은 없다”

미국과 한국, 일본이 대북제재를 계속 추구하고 있는 이유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지난 방한때 기자회견에서 “지난 20여년 간의 대북정책은 실패했다”며 중국과 러시아 등의 적극적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시사했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언론과 SNS를 통해 “독자행동에 나서겠다”, “우리는 항공모함보다 강한, 매우 강력한 잠수함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대북공격 가능성을 시사했다. 

[사진=AP연합]


▶거래하듯 외교하는 트럼프, 한반도 긴장 고조= 북한 핵ㆍ미사일을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방안은 북한의 ‘벼랑끝 전술’과 닮아있다. 언론과 SNS를 이용해 주변국에 압박을 가하면서 협상에는 돌연 우호적으로 다가가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연신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놓여있다”면서 “중국이 우리를 돕지 않겠다면 독자적으로 해결할 것”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며 북한과 중국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방영되는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큰 실수를 하고 있다”며 “우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강한 군대를 갖췄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에서 지난 6~7일 이뤄진 미중 정상회담을 “성공적”이라고 평가하는 등 기존행보와는 대치되는 모습을 보였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도 “군사옵션도 테이블 위에 있다”고 했다가 “북한의 정권교체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는 등 뉘앙스가 다른 말을 풀어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트럼프가 군사적 조치보다는 정치ㆍ경제적 제재를 골자로 하고 있는 대북정책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WSJ의 보도가 사실일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전략적 수사를 사용하고 있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벼랑 끝 전술’, 불확실성 증폭시켜…한반도 긴장 고조= 트럼프 대통령의 벼랑끝 전술은 일부 성과를 보이는 듯 했다. 



북한은 11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최고인민회의에서 외교위원회를 19년 만에 부활시켰다. 위원으로는 북한의 대미 핵협상의 주역인 김계관, 대남기구 수장인 리선권 등 베테랑 외교통으로 구성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화국면을 고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가운데 시진핑 주석은 미중 정상회담 나흘 만에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에 나서 한반도 정세를 논의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은 한반도 내 불확실성을 증폭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만찬에서 시리아 정부 공군기지를 공격하고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CVN 70)의 항로를 한반도 쪽으로 바꿔 한반도 주변국들을 긴장시켰다. 

데이비드 벤험 미국 태평양사령부 대변인은 당시 칼빈슨 항모전단의 항로변경 사실을 공개하면서 “북한은 무모하고 무책임하며, 안정을 해치는 (그들의) 미사일 시험과 핵무기 개발 때문에 이 지역의 최고의 위협”이라고 이유를 밝혀 ‘한반도 위기설’에 불을 지피는 결과를 초래했다. 

중국과 일본, 심지어 미국의 온라인 매체들은 ‘4월 북폭설’을 제기했다. 일본 외무성은 여행안전 홈페이지에 '한반도 정세 주의하라'는 안내문을 올렸다.  

이에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11일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CVN 70)가 갑자기 한반도 쪽으로 항로를 바꾼 이유가 애초 예정됐던 오스트레일리아와의 연합훈련이 취소됐기 때문이라고 시사했다. 

▶‘북한 비핵화시대’ 열기 위해 ‘트럼프 불안’ 안고 가야 하는 한국=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한반도는 긴장을 반복해왔다. 지난 1993년 3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로 촉발된 1차 북핵위기 당시 빌 클린턴 행정부는 북한의 핵시설만 제거하는 외과수술식 정밀폭격을 준비했다. 2002년 조지 W. 부시 정부 때도 북폭이 거론됐다.

과거 미국의 ‘선제타격론’과 트럼프 정권의 벼랑 끝 전술의 차이점이 있다면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도 모두 ‘스트롱맨’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이라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정치인들 중 가장 예측이 안되는 김정은과 트럼프가 대치하고 있어 긴장이 더 고조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함께 대북제재를 강조하고 있는 우리 정부는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한다면 북한의 비핵화ㆍ태도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조성하고 있는 한반도 긴장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무역불균형과 북한문제를 연계해 중국을 압박하는 트럼프의 전략이 얼마나 잘 먹히느냐에 따라 미국의 대북정책 효과는 달라진다. 

손바닥 뒤집듯 ‘마이웨이’를 고집하는 벼랑끝 전술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도도 바닥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 이러한 ‘리스크’들을 모두 고려해 평화통일이라는 장기적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주변국 간의 관계를 치밀하게 고려해 대북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자칫 잘못하다간 ‘북한 불안’에 ‘트럼프 불안’까지 안고 갈 수 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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