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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두환, 美국무장관에 “단임 약속 괜히 했어”
-전두환, 단임 대통령 약속 후회…외교문서에서 드러나
-회고록서 “단임실천으로 나의 정치적 소임은 유종의 미를 거뒀다” 자찬
-야권ㆍ시민단체의 직선제 개헌요구를 헌법에 대한 공격이라고 인식해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이 단임 대통령이 대외적으로 약속한 것을 후회한 사실이 드러났다.

외교부가 11일 공개한 외교문서 23만여쪽(1474권)에 따르면 전 전 대통령은 조지 슐츠 당시 미국 국무장관과의 면담에서 단임 약속을 후회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1986년 5월 8일 슐츠 장관과의 면담을 다룬 외교문서에 따르면 전 전 대통령은 슐츠장관으로부터 정권 이양과 개헌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지금 와서 생각하면 나는 정치인으로서 경험이 없어 실수한 것이 하나 있다”며 “현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단임 약속을 하지 않았어야 하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그는 “마음속으로 헌법을 준수할 생각만 하고 공언을 안 했더라면 지금쯤 야당은 나에게 헌법을 준수하라고 요구할 것”이라면서 “정치 경험이 많은 사람이 나에게 충고해준 말”이라고도 했다.

외교문서에 따르면 전 전 대통령은 슐츠장관에게 “88년에 (대통령직을) 그만둔다니까 통치권의 누수현상이 있는지 이것을 이용해 재야세력이 학생과 연합하여 당장 직선제 개헌을 하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이것이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정국”이라고 말했다. 슐츠 장관은 “(미국 대통령 선거가 투표인단 선거 방식이기에) 레이건 대통령도 직선제 선거로 당선된 것이 아니며 많은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도 그렇다”며 전 전 대통령의 발언에 일부 호응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전 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그가 최근 발간한 회고록에서 드러난 단임제에 대한 평가와 상반된다. 전 전 대통령은 ‘전두환 회고록’ 2편에서 청와대 시절을 “단임 실천과 평화적 정부 이양이 확실히 담보됨으로써 임기말 나의 정치적 소임은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됐다”고 평가했다. 또, 자신이 단임제 실천을 강조한 것은 “뒤를 돌아보며 전임자를 헐뜯으려고 한 것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스스로의 다짐이었지, 과거와 투쟁에 골몰했던 몇몇 내 후임자들의 행태와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고 주장했다. 전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대통령직 임기 수행 마지막날에는 “평화적 정부 이양이라는 꿈이, 헌정사 40년의 숙원이 실현된다는 가슴 설렘이 잠을 밀어냈다”며 “단임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는 사실만 해도 감사한 일인데 임기 중 열심히 일할 수 있었고 그 땀의 결실이 풍성하니 기뻤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전 전 대통령은 야권과 시민단체의 직선제 개헌 요구를 대통령 권한에 대한 도전이자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행위로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당시 미국 대통령 안보담당 특별보좌관과의 면담에서 1952년 한국전쟁 당시 이승만 전 대통령이 권력 연장을 위해 추진한 발췌개헌과 당시 민주화 세력의 직선제 요구가 동일선상에 있는 문제라고 시사했다.

1986년 3월10일 전 전 대통령은 윌리엄 클락 전 미국 대통령 안보담당 특별보좌관과의 면담에서 “이승만 대통령은 국회에서 선출됐지만 그 자신이 국회에서 다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 대통령 선출 방법을 간접선거제로부터 국민의 직접선거에 의한 선출 방법으로 바꿨다”면서 “명백히 그것은 실책이었으며 우리는 그러한 실책을 결코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고했다. 전 전 대통령은 직선제 개헌이 “가두시위가 야옥에 찬 정치인들의 도구가 된 경위”라며 “정부의 정통성의 근원인 헌법에 대해 직접적 공격을 가하고, 그러한 공격이 의회 외부 사람들에 의해 야기될 때 이를 용인할 정부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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