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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한의 리썰웨펀] 작계 5027 北에 넘어가면 어떻게 되나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지난해 9월 국방전산망이 해킹됐을 당시 사실상 거의 모든 군사기밀자료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미군과 한국군의 핵심 군사기밀인 작전계획 5027이 유출됐다는 의혹이 높아지고 있다.

과연 작계 5027이 유출됐을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작계 5027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면 예상이 가능하다.

작계 5027은 단적으로 말해 북한군과의 전면전에 대비한 미군의 전쟁계획이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이 지난달 17일 경기도 평택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서 취임 이후 한국을 첫 방문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을 영접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작전계획 5027(Operation Plan 5027)을 줄여서 작계 5027(OPLAN 5027)로 부른다. 1974년 처음 만들어져 1994년부터 한미 협의로 2년마다 개정되고 있다.

한미연합군의 대북 전면전 전쟁계획으로도 알려져 있으나, 전시작전권이 주한미군사령관에게 있기 때문에 사실상 미군 측 계획이다.

작계 5027을 총괄하는 곳 역시 미 태평양사령부(PACCOM: Pacific Command)다. 작전계획 명칭이 5000번대인 것은 미 태평양사령부의 작전계획이라는 얘기다. 27은 미 태평양사령부의 수많은 작전계획 중 하나에 해당하는 번호다.

이중 주한미군 관련 작계는 5027외에도 5026, 5028, 5029, 5030 등이 있다. 이 중 5027이 가장 위중한 상황을 가정한 대책이다.

5026은 한미연합군이 북한의 핵기지를 빠르게 공습해 장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한의 핵도발 위협 조짐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전쟁 초기 상황의 한미연합군 대응방안이다. 5028은 북한의 계획적 도발이 아닌 우발적 사건으로 인한 군사충돌을 저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한 스스로 전쟁 도발 의지가 확고하지 않은 상황으로 5027보다는 상황의 위급성이 낮다.

5029는 북한에서 쿠데타나 대량 탈북 사태 등 예상치 못한 긴급 상황이 발생한 경우를 대비한 준전시용 작전계획이다. 5030은 남북간의 군사적 긴장을 의도적으로 촉발시켜 북한 전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내용의 작전계획이다. 북한 내부 상황이 극도로 불안한 경우 등 외부적 개입이 효과적일 때 한미연합군이 선제적으로 개입하는 상황을 담고 있다.

5027은 북한의 선제공격으로 전면전이 발발한 상황을 가정한 전시계획이다. 미 태평양사령부가 통할하는 주한미군 관련 전시계획 중 가장 위중한 내용을 담고 있는 1급~2급 군사기밀이다.

5027에 따라 북한이 각종 미사일로 한국 정부와 군사기지, 주한미군 군사기지, 발전소, 공항 및 철도, 상수도 시설, 방송시설을 선제 타격해 무력화에 나설 경우 한미연합군은 주한미군사령관 지휘에 따라 반격한다.

미사일로 평양 주석궁 및 핵무기 관련 핵심시설 등을 타격하고 공군이 제공권을 장악해 주요 시설을 폭격한다. 이어 한미 특수부대가 북한 평양 및 핵심 지역으로 신속히 전개해 요인 암살 및 주요시설 무력화에 나서고 한미연합군 본진은 북진 및 대규모 상륙작전을 감행해 평양을 고립시킨 뒤 압록강까지 진군해 통일을 이루는 내용이다.

일본 오키나와 등에 주둔하고 있는 주일미군은 신속히 한국으로 증원해 압도적인 전투력 우세를 유지하게 된다. 이어 미 본토에서 주방위군, 예비군이 소집돼 2~3개월 이내에 항공기, 항공모함 등으로 증파된다.

만약 작계 5027이 북한으로 유출됐다면, 미 태평양사령부의 주한미군 관련 작계인 5026~5030이 모두 유출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 경우 북한은 유사시 한미연합군이 선택 가능한 경우의 수를 이미 거의 대부분 알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역으로 활용한 계략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작계 5027 등에 명시된 한국군 및 주한미군의 주요 군사기지 및 무기 배치도가 노출됐다는 점에서 북한이 유사시 공격할 특정지역 정보가 모두 노출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유사시 한미연합군은 지금까지 훈련해왔던 이동경로 및 거점 활용 등을 가급적 피하고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새로운 작전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즉, 한미연합군이 수십년간 작성하고 훈련해 온 작계의 전면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전시작전권을 한국군이 다시 돌려받을 경우 미군의 작계5027은 폐기돼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이와 함께 한국군은 미군 작계를 대체하는 한국군 위주의 작전계획을 다시 수립하게 된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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