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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 X 파일] 지는 별 ‘K9’, 뜨는 별 ‘스팅어’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K9은 세련된 디자인과 우수한 성능을 갖추고 있으며, 고객의 안전과 편의를 위한 최첨단의 신기술을 총 집약해 개발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성능을 갖춘 K9은 세계 시장에서 기아차의 브랜드 이미지를 더욱 높이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확신한다”

2012년 5월 기아차가 K9을 공식 출시할 당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K9이 대한민국 첨단 럭셔리 대형세단으로 탄생했다고 강조했습니다.

2008년부터 프로젝트명 ‘KH’로 연구개발을 시작한 K9은 4년 5개월 동안의 연구기간에 총 5200억원의 투자를 통해 완성된 차였습니다. 
정몽구(왼쪽 두 번째) 현대차그룹 회장이 2012년 5월 K9 공식 출시 행사에서 주요 인사들과 기념촬영하는 모습 [사진제공=기아차]

‘직선의 단순함(The Simplicity of the straight line)’이라는 정체성을 바탕으로 기아차는 고급감과 디테일을 더한 디자인 방향성을K9에 최초로 구현했습니다.

헤드램프를 라디에이터 그릴보다 높게 위치시켜 고성능 럭셔리 세단으로서 강렬한 느낌을 연출했고, 범퍼와 후드의 구분 라인을 후드 쪽으로 상향 이동하고 후드 부위에 개성 넘치는 캐릭터 라인을 적용해 볼륨감을 극대화했습니다.

또 3045mm의 초대형급 수준의 축거(휠베이스)를 확보해 여유롭고 안락한 실내 공간을 확보했고, 특히 동급 최고 수준인 앞좌석 레그룸 1145mm, 뒷좌석 레그룸 990mm을 보유했습니다.

후륜구동에 8단 자동변속을 갖춘 V6 3.8 GDi 엔진은 최고출력 334마력(ps), 최대토크 40.3kgㆍm, 연비 10.3km/ℓ로 수입 경쟁 모델을 뛰어넘는 동력성능도 보였습니다.

여기에 헤드업디스플레이, 후측방경보시스템 등을 당시 국내 최초로 탑재해 첨단 럭셔리 세단이란 콘셉트에 걸맞게 편의 및 안전사양을 대거 확충해 출시됐습니다.

기아차가 이렇듯 공들여 완성한 K9은 출시 당시 기아차 특유의 개성 넘치는 디자인과 고급 사양으로 높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또 에쿠스와 함께 현대ㆍ기아차가 플래그십 세단에서 ‘원투펀치’를 이뤘다는 평가도 받았습니다. 
2017 서울모터쇼에서 기아차가 국내 최초로 스팅어를 공개하는 모습 [사진제공=기아차]

하지만 판매량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고급 수입세단 수요를 확보해 출시 첫해 1만8000대를 국내서 판매하겠다고 기아차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정작 2012년 K9 판매량은 7504대에 그쳤습니다.

이후로도 판매량은 계속 줄었습니다. 2013년 5071대, 2014년 4359대, 2015년 4152대, 2016년 2454대로 매해 감소하고 있습니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를 별도로 띄우면서 기아차의 K9에 대한 고심은 더욱 커졌습니다. 제네시스 EQ900 출시 당시 기아차 고위관계자는 “제네시스 EQ900이 출시되면서 기아차도 플래그십 세단 전략에 변화를 줘야 하는 것은 맞다”며 “구체적인 도입 시기를 밝힐 수는 없지만 현재 K9의 모델 전략 변경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기아차는 최근 2017 서울모터쇼를 통해 K9의 방향성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기아차가 고급차 라인업을 본격 가동하기로 하면서 내년 상반기 말 K9의 후속 모델을 선보이기로 했습니다. 게다가 K9이란 이름도 더이상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내년 상반기 말이 되면 K9 차명이 6년 만에 사라지는 것입니다.

다만 K9에 구현된 디자인, 성능 등은 계승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적 면에서 기아차가 K9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진 못했지만 K9 후속으로 플래그십 세단에 다시 도전하는 셈입니다.

그런 점에서 기아차 고급차 진출의 서막을 알리는 스팅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공개 전 CK라는 프로젝트명으로 개발될 때만 해도 K8으로 점쳐지기도 했지만 스팅어란 차명에 별도의 엠블럼을 달고 차별화를 시도해 발표됐습니다.

제로백 4.9초라는 가공할만한 성능으로 기아차에서 가장 빠른 차로 등장한 스팅어는 고성능 세단이란 포지셔닝으로 기아차의 고급차 첫 주자로 나섭니다. 스팅어의 성공 여부가 향후 기아차가 고급차 시장을 순조롭게 개척할 수 있을지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가격은 고급차 전략에 기반해 책정될 전망입니다. 현재 3.3리터 엔진 모델의 경우 5000만원 이상이 예상됩니다. 기아차 고위관계자는 최근 모터쇼에서 “3.3엔진의 경우에는 가격이 5000만원 이상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얘기했습니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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