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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4년 동거 청산하는 ‘브렉시트’ 협상 난제 수두룩
정보ㆍ사법기관 협력과 국방ㆍ북아일랜드 국경 등 쟁점



[헤럴드경제] 영국이 29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에 탈퇴 의사를 공식 통보하면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이 시작됐다. 2년에 걸쳐 상품ㆍ서비스ㆍ자본ㆍ노동 이동의 자유는 물론 정치ㆍ국방ㆍ치안ㆍ국경 문제 등 EU 제반 규정을 놓고 새로운 관계를 협상한다. 44년간 함께했던 ‘동거’ 관계를 청산하는 만큼 쟁점은 수두룩하다.



▶ “이혼합의금 72조원 내라”=유럽연합과 영국 양측은 돈 문제를 놓고 양보 없는 싸움을 벌일 전망이다.

EU 측은 2014~2020년 EU 예산계획 확정 당시 영국이 ‘구체적으로’ 약속했던 분담금을 포함해 이혼합의금으로 600억유로(약 72조원)를 요구할 계획이다. 여기엔 EU기관에서 일하는 영국인 직원들의 퇴직금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지난 10일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영국민이 매년 EU 예산에 ‘엄청난 금액’을 계속 내려고 브렉시트에 투표한 게 아니라며 받아들일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브렉시트 통보문에 서명하고 있는 영국의 메이 총리. 사진제공=연합뉴스>

영국 상원 EU재무위원회는 “(브렉시트 협상)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재정분담 관련 규정 등 모든 EU 법은 적용이 중단될 것이고 영국은 재정분담 이행의무에 전혀 구속되지 않게 된다는 결론을 내린다”고 밝혔다.

이에 EU는 선(先)이혼합의금-후(後) 자유무역협정(FTA) 논의로 응수한다는 전략이다. 영국이 이혼합의금에 동의하기 전에는 자유무역협정(FTA) 논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EU 측은 협상을 주도하기 위해 심지어 오는 9월 독일 총선이 끝나기 전에는 영국에 요구할 금액조차 제시하지 않을 수 있고, 일러야 내년 초에 이혼합의금을 놓고 합의점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영국은 ‘나쁜 딜’(bad deal)보다 ‘노 딜’(no deal)이 낫다는 배수진을 치고 있다.

영국의 EU 분담금은 독일 다음으로 많다. 지난 2015년 영국이 낸 분담금(실지급금)은 129억파운드(약 18조2000억원)였다.

독일과 프랑스 등 상대적으로 부유한 국가들이 영국이 내지 않는 ‘구멍’을 메워야 할 가능성이 큰 탓에 강경한 태도를 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 영-EU FTA 협상=영국은 EU를 떠나면서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도 이탈하는 ‘하드 브렉시트’를 선언했다.

영국은 대신 FTA를 통해 EU 단일시장에 대한 최대한의 접근을 추구한다는 목표다.

하지만 EU 측은 ‘과실 따 먹기’는 없다고 못 박고 있다. 영국과 EU 간 긴밀한 교역관계를 고려하면 FTA 협상은 사실상 ‘치킨 게임’ 양상을 보일 전망이다.

영국은 자국이 EU 회원국의 주요한 상품 및 서비스 수출시장인 점을 고려하면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은 EU 회원국들에도 타격을 가한다면서 상호 호혜적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영국의 상품ㆍ서비스 수출의 44%가 EU를 향한다. 영국 경제사회연구소는 영국이 이 시장을 떠나면 장기적으로 EU와 교역이 30%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영국의 단일시장 이탈은 무관세 헤택이 사라진다는 뜻이다. 새로운 FTA 협정에서 분야별 관세를 협상해야 한다.

하지만 소매와 금융 등 영국 경제에서 80%를 차지하는 서비스산업은 관세보다는 비관세 장벽이 더 중요하다.

금융산업은 직격탄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런던에 유럽 기반을 둔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대체로 ‘패스포팅 권한’(EU 역내에서 국경에 상관없이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이 유지될 것이라는 희망을 접고 탈(脫)런던 계획을 마련한 채 떠나는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영국은 캐나다와 미국 등 EU 이외 지역과 FTA를 통해 이를 상쇄한다는 목표지만 체결 시기는 불투명하다.



▶ 이민정책=유럽연합은 연합 내 노동자의 자유이동을 보장한다. 하지만 영국은 사람 이동의 자유 보장을 하지 않을 계획이다. EU 이민자를 통제해 줄이겠다는 의도다.

대신 비(非) EU 국민에게 적용되는 것과 비슷한 비자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이민자들이 너무 많고 특히 동유럽 출신 저임금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잠식하고 임금상승을 가로 막는다는 불만이있기 때문이다.

2015년 10월부터 2016년 9월까지 1년간 EU 출신 순이민자는 16만5000명, EU 비회원국 출신 순이민자는 16만4000명이었다. 영국은 전체 순이민자수를 2020년까지 10만명 수준으로 줄인다는 목표다.

아울러 현재 영국에 거주하는 EU 이민자들의 거주권한을 보장하는 것도 쟁점이다. 영국은 EU에 거주하는 영국민의 거주권한 보장과 동시에 타결한다는 방침이다.



▶ 유럽 정보ㆍ사법당국간 협력ㆍ국방=유럽 정보ㆍ사법당국과 긴밀한 협력 관계 유지도 주요 논의사항이다.

특히 지난 22일 런던 의사당 부근에서 4명이 목숨을 잃고 50여명이 다치는 차량테러가 발생함에 따라 이에 대한 요구는 높아졌다.

역내 송환을 쉽게 하는 유럽체포영장(EAW), 유럽 공동경찰인 유로폴, 국경요원들에게 범죄 혐의자들에 대한 신속한 경보를 제공하는 솅겐정보체계(SIS) 등이 문제다. 영국은 이런 체계의 유지를 바라지만 영국이 독립을 바라는 유럽재판소(ECJ) 결정을 지켜야 하는지가 관건이다.

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내 영국의 역할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거론된다. 영국은 나토에서 미국 다음의 방위력을 갖고 있다. 영국은 그동안 이른바 ‘유럽통합방위군’을 추구해 온 EU 측의 노선에 반대 입장을 견지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독일 등을 향해 안보 무임승차론을 강력 제기했지만 독일이 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한 가운데 미국과 ‘특수관계’인 영국이 방위비를 국내총생산 대비 2% 목표를 지켜야 한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에 동조하고 나선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백악관을 방문한 메르켈 총리에게 모두 3000억파운드(약 419조원)의 나토 분담금 ‘미납액’ 청구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 북아일랜드 국경=영국의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국경에 있는 자유통행지역의 처리도 문제다.

영국은 아일랜드 독립운동이 거세지자 북아일랜드를 제외한 아일랜드 섬 남부(아일랜드공화국)만 독립을 허용했다. 이로 인해 아일랜드에선 1998년 북아일랜드평화협정이 타결되기 이전까지 40년간 유혈 사태가 이어졌다.

북아일랜드 자치정부는 평화협정에 따라 아일랜드공화국과 통일을 원하는 민족주의자 정당과 영국 잔류를 원하는 연방주의자 정당이 공동으로 정권을 구성하게 돼 있다.

영국이 EU에서 떠나면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공화국 사이의 국경이 EU의 외부국경이 된다. 지금처럼 사람과 물자의 자유로운 통행이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원내 제2당인 신페인당은 영국을 떠나 아일랜드공화국에 합류하는 데 대한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요구하고 나섰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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