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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安, 왜 루비콘강 앞에 섰나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안희정 충남도지사의 분노인가, 작심인가. 안 지사가 직접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강한 비판을 내놓으면서 민주당 경선은 또 다른 국면에 돌입했다. ‘돌발적 분노’가 아닌 ‘준비된 분노’란 평가도 있다. 문 전 대표와 명확히 선을 그으면서 승부수를 던졌다는 의미에서다.

안 지사와 문 전 대표의 설전은 ‘페북 전쟁’으로 비롯됐다. 사전녹화된 지난 21일 TV 토론회에서 문 전 대표가 “네거티브를 속삭이는 분들이 있다면 단속해야 한다”고 안 지사를 겨냥했고, 안 지사는 “문 전 대표를 지지하는 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라고 응수했다. 확전은 그 이후부터다. 문 전 대표가 TV 토론회가 중계되기 약 4시간 전 페이스북을 통해 “동지들이 네거티브 때문에 신선한 정치 이미지에 오점이 남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고 적으면서 페북 공방으로 확산됐다. 이후 안 지사는 새벽에 “ 자신들이 비난당하는 건 모두 마타도어이며 부당한 네거티브라 역공한다”고 글을 남겼다. 

[그래픽디자인=이은경/pony713@heraldcorp.com]

안희정 측은 “즉흥적인 글이 아녔다”고 설명한다. 안 지사 측 핵심 관계자는 “오랜 기간 안 지사가 고민한 내용이고 새벽에 글을 올릴 때에도 안 지사가 직접 여러 차례 수정을 했다. 대선 출마 이후 소회를 총정리한 글”이라고 했다. 안 지사는 직접 글을 남긴 이후에도 기자들과 만나 “검증과정의 의문을 다 네거티브라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문제제기든 답할 의무가 있다”고 입장을 고수했다.

안 지사 측은 문 전 대표의 ‘전두환 장군 표창’ 발언이 명백한 문 전 대표의 실수임에도 이에 대한 지적을 네거티브로 규정하는 데에 불만이 팽배해 있다. 안 지사 측 관계자는 “안 지사가 ‘질린다’고 표현한 건 이 같은 맥락이다. 합당한 문제제기도 네거티브로 규정하는 건 악의적인 프레임”이라고 비판했다.

문 전 대표 지지층의 과격한 의사 표시가 단초를 제공했다는 분석도 있다. 한 안 지사 측 관계자는 “우스갯소리로 ‘천상클럽’이란 말이 있다. 문 전 대표 지지자로부터 문자폭탄 1000개 이상을 받아 본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라고 토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민주당 내 개헌파 의원 등에서도 꾸준히 문제제기를 했던 사안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한 친문계 중진 의원은 “달리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도가 없지 않느냐. 자제해달란 의사 표시는 이미 해왔다”고 응수했다.

결국 안 지사의 작심발언은 즉흥적이 분노가 아닌, 문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하는 승부수 성격이 짙다. 문 전 대표와 차별성을 꾀해야 하는 안 지사에는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문 전 대표나 친문계, 그 지지층의 소위 ‘패권주의’ 논란이다. 지금까지 안 지사가 이를 거론하는 데에 한발 물러서 있었다면, 안 지사의 이번 발언은 결과적으로 패권주의 논란을 수면 위로 꺼내놓는 계기가 됐다.

지지층 만큼이나 비호감층도 두터운 문 전 대표로선 안 지사의 강공이 예사롭지 않다. 문 전 대표도 강하게 맞받아치고 있는 이유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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