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이름을 지킨 개 이야기(루이스 세풀베다 지음ㆍ시모나 물라차니 그림, 엄지영 옮김, 열린책들) =이야기는 할머니 무릎에 기대 듣는게 최고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행동하는 지식인 루이스 세풀베다 역시 작은 할아버지가 들려줬던 재미난 이야기 생각이 난 모양이다. 이 책은 라틴 아메리카의 원주민들인 마푸체족 사람들이 기르던 개, 아프마우의 이야기다. 아프마우는 충직함이란 뜻. 마푸체족 사람들과 함께 자라면서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던 아프마우는 어느 날, 그들의 터전에 침입해 강제로 땅을 빼앗은 낯선 외지인들의 손에 억지로 끌려가 주인과 이별하게 된다. 늘 발길에 걷어차이고 채찍질을 당하며 사냥개로 도망친 사람들을 추적하는 일을 하게 된 아프마우는 도망친 인디오를 추적하다 그가 남긴 흔적에서 자신이 잃어버린 모든 것의 냄새를 떠올리게 된다. 소수민족의 권익을 옹호하며 부당한 탄압에 맞서 온 세풀베다의 정신과 문학의 뿌리를 만날 수 있다.
▶친애하는 히말라야 씨(스티븐 얼터 지음, 허형은 옮김, 책세상) =미국인 작가 스티븐 얼터는 히말라야 풍경을 마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곳에서 나고 자란 걸 특권으로 여긴다. 마을 언덕에 올라 설산풍경을 보며 명상에 잠기거나 밤하늘을 가득 채운 은하수에 빠져드는 소박한 일상을 즐기던 어느날, 부부는 강도 4명에게 잔인한 공격을 당한다. 이 사건은 부부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다. 실재하는 악, 공포와 두려움. 피해의식에 순간순간 휘둘리지만 저자는 자신의 트라우마와 정면으로 마주한다. 사건 한 달 후, 그는 자신의 얘기를 쓰기 시작한다. 이어붙여 팽팽해진 힘줄로 겨우 한 줄의 타이핑을 하고, 작은 산을 오르겠다는 목표도 세운다. 책은 그가 마침내 산을 오르며 들려주는 히말라야의 자연, 설화와 전설, 문학과 예술 이야기다. 자연과 신, 인간에 대한 성찰과 사색이 묵직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