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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朴 전대통령 사저 안은 ‘적막강산’…밖은 ‘아수라장’
올림머리 전담 미용사 들어가고
만취한 지지자 기자들에게 시비

강남구 삼성동 자택에 복귀한 후 ‘칩거모드’에 돌입한 박근혜 전 대통령. 조용한 내부와 달리 자택 밖은 온갖 소란과 충돌로 조용할 날이 없다. 본보 기자가 지난 14일 자택 앞을 24시간 관찰했다.

오전 6시: 기상한 朴…‘올림머리’ 미용 원장 자매 도착=자택 2층 조명이 켜졌다. 자택 앞에서 ‘밤샘농성’한 집회자들 취재진을 향해 고성을 지르자 한 주민이 “조용히 좀 하라”며 화를 내며 지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박 전 대통령의 ‘올림머리’를 전담하는 정송주 T모 미용실 원장 자매가 택시를 타고 자택에 도착했다. 택시 운전기사는 “승객들이 차량 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며 “왜 그런 것을 알려달라느냐고 물으니 박 전 대통령 사저에 들어가려면 필요하다고 하더라. 번호를 알려주니 어디론가 전화해 번호를 일러줬다”고 전했다. 이들은 한시간 가량 머물다 경호 차량을 타고 자택을 떠났다.

오전 8시: 김평우 변호사 ‘문전박대’= 탄핵심판 대리인단이었던 김평우 변호사가 모자를 쓰고 자택을 찾았으나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10분만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지자 김 변호사는 “나는 언론기관이 수사하고 재판하는 곳이 아니라 생각하니 답변하고 싶지 않다. 증인이 되고 싶지 않다. 질문할 권리도 없고 대답할 의무도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어 “한명숙씨가 진술을 거부했죠? 저도 진술을 안 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변호사는 갈색 서류봉투, A4용지, 검은색 수첩을 들고 있었는데 A4 용지에는 ‘초청 인원: 조갑제…’ 등 2~3명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오전 9시 30분: 1인 반대시위 등장=유다의 집 실로 목자이자 더불어민주당 당원인 김창호(53) 씨가 자택 앞에서 1인 반대시위를 진행하려다 경찰에 의해 제지됐다. 김 씨는 “정교유착을 비판하고 김기춘 등 정권 부역자들을 비판하기 위해서 왔다”며 “앞으로 계속 나올 것”이라고 했다. 김 씨는 지난 총선 당시 수원병에서 국민의당 예비후보로 출마한 바 있다.

오전 9시 30분: 집회측, 자택 벽에 ‘진실의 벽’ 설치=자택 앞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응원 농성‘ 중인 ’박근혜 지킴이 결사대’가 응원 메시지를 작성할 ‘진실의 벽’을 자택 외벽에 설치했다. 곧이어 지지자들은 포스트잇에 응원메시지를 적어 붙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취재진이 ‘진실의벽’으로 다가가면 강하게 반발하며 접근을 막았다.

오후 12시 45분: 박 전 대통령 ‘지인들’ 등장=박 전 대통령의 8촌 동생이라고 주장하는 술취한 여성이 경찰을 뚫고 자택에 들어가려 했으나 제지당했다. 진입이 막히자 이 여성은 “언니가 밥도 못 먹고 있다. 오랫동안 못 봐서 너무 보고 싶다”며 주저앉아 오열했다. 이어 “근혜 언니가 전화번호가 바뀌어서 전화도 못한다. 마지막 통화는 언제였는지 기억 안 난다”고 했다. 술을 마시고 왔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여성은 “너무 속상해서 맨 정신으로 올 수 없어 소주 1병을 마셨다”고 답했다. 얼마 후에는 박 전 대통령의 ‘일산 친구’라고 주장하는 남성이 자택 출입을 요구했다. 그러나 결국 거부당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오후 4시 20분: 변희재 집회 응원차 방문 “탄핵 잘못됐다”=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가 집회자들 응원차 자택 앞을 방문하다. 변 대표는 “탄핵은 잘못됐다. 직권남용과 기업자유를 침해했다 하더라도 탄핵감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앞으로 탄핵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려 나갈 것”이라며 불복운동에 동참할 것임을 시사했다.

오후 8시 30분: 플라스틱 박스 든 남성 등장=한 남성이 검찰 압수수색 상자처럼 보이는 파란색 플라스틱 박스를 들고 경호 차량을 타고 자택에 들어갔다. 곧이어 1층과 2층에 조명이 켜졌다. 불은 한동안 꺼지지 않았다.

오후 10시: 2층 조명이 꺼졌다. 박 전 대통령이 취침하러 간 듯 보였다.

오후 10시: 분열 조짐 보이는 지지자들=만취한 지지자가 카메라 기자에게 시비를 걸다가 경찰에게 제지를 당했다. 소란을 일으키는 지지자와 이를 제지시키는 지지자들 간에 실랑이가 생겼다. 집회 신고를 한 ‘결사대’측은 “밤부터는 정예요원을 빼고는 내쫓겠다”는 입장을 내놓자 또 다른 단체인 ‘우리 대통령님을 사랑하는 모임’이 반발했다. 20분간의 대책회의를 한 끝에 이들은 “지지자들이 술 먹거나 고성을 지르지 않도록 단속을 잘하자”고 합의했다.

자정: 계속 켜져있던 1층 조명이 꺼졌다.

이현정·최준선 기자/r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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