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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말로 고생하셨어라. 김상중씨”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참말로 고생하셨어라. 아부지”

김상중이 14일 방송된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 14회를 끝으로 퇴장했다. 아들 길동과 함께 아내 금옥의 묘소로 가다 중간쉼터에서 앉은 채로 숨을 거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고요하고, 평온했고 허무한 죽음이었다. 신발을 신으려다 결국 못 신고 죽는 아모개는 결국 ‘꽃길‘을 가지 못했다. 


아기 장수로 태어난 아들을 지키기 위해 능상 척결의 칼날을 온몸으로 싸워내고 기득권의 횡포로 아내와 사별하고 장남, 막내딸과 생이별한 남자의 마지막 길은 고단했던 삶을 보상받는 듯 평온하고 고요했다. 아내 금옥과의 행복했던 시절을 그리며 눈을 감는 아모개의 마지막 모습은 아내에게 가는 것이 마냥 행복한 듯 미소를 띈 모습이었다. 그의 거친 삶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마지막 모습과 그 거친 세월을 켜켜이 쌓은 아모개의 표정은 깊은 잔상을 남겼다.

이젠 그 모든 것의 유업은 아들인 길동(윤균상)에게로 넘어갔다. 씨종 아모개로 출발해 건달 두목이 된 김상중은 압도적인 카리스마 연기로 드라마에 힘을 불어넣었다.

김상중은 아모개 역을 통해 가장 전하고 싶은 메시지로 부성을 꼽았다. 아모개의 모든 행동은 목표를 향한 것이었다. 특히 아들을 면천 시킬 재물을 장만하기 위해 먼 길을 나서면서도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아들을 계속 뒤돌아보는 장면이 공감을 샀다. 뿐만 아니라 아들이 아기 장수임을 숨기기 위해 아들의 손목을 끊으려 치켜든 절굿공이를 속절없이 떨굴 때나, 어린 시절의 악몽으로 힘을 잃은 아들을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볼 때까지 김상중은 찰나에도 깊은 부성을 전했다.

아모개가 길 떠날 때 길동이와 길현은 “아부지!”를 외친다. 엿 사오시오(길동)라는 말과 함께. 아모개는 “오냐! 우리 길현이 줄 천자문도 사오고 길동이 줄 꿀엿도 사올란다”라고 하는데서 깊은 부성을 느낄 수 있다.

항상 넉살 좋은 웃음을 장착한 채로 살던 씨종 아모개가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심하는 장면은 단연 극적이었다. “인간 같지도 않은 것들 싹 죽여불고 새로 태어나기로” 마음먹고 아내를 죽음으로 내몬 주인댁 조참봉의 숨통을 끊은 아모개의 표정은 방송된 지 한 달이 넘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명장면이다. 처연하면서도 복잡다단한 그의 표정은 가슴에 얹혀 오래도록 머물렀다. 조참봉 앞에 다가가 “인자 그만 살고 죽으소”라고 말하고는 실행에 옮긴다.

김상중은 “아모개는 우리가 일상적이고 소소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되새김질시키는 인물이었다고 생각한다. 자식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마음,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의 마음, 가정을 소중히 생각하는 가장의 마음 같은 것들 말이다. 요즘에는 그런 것들을 생각할 시간이 적은데, 그런 것들을 천한 신분, 씨종 아모개가 보여줘 더 인간적이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아모개는 사라졌지만, 김상중의 열연으로 아모개의 정신은 여전히 남았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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