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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스트 朴 청와대①] 구중궁궐 속 그들만의 세상
-靑참모진, 선고 직전까지 기각ㆍ각하 보고
-‘자기편 감싸기’ 일관ㆍ상명하복 문화

[헤럴드경제=신대원ㆍ문재연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지켜보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입에서 전원일치 파면 선고가 떨어지자 일부 참모에게 전화를 걸어 재차 확인했다고 한다.

철썩 같이 믿었던 기각이 아닌 인용이라는 정반대의 결과에 그만큼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촌극이 빚어진 데에는 청와대 참모진들의 잘못된 판단과 보고가 있었다.

청와대 참모진은 파면 선고 직전까지도 박 전 대통령에게 탄핵 기각이나 각하 등 유리한 내용의 보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청와대 주변에선 헌재 선고 전날에도 4:4니 4(인용):3(기각):1(각하)이니 5(인용):2(기각):1(각하)이니 등의 장밋빛 전망이 우세했다.

여론조사결과 탄핵 찬성이 75% 내외에 달한 현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바라는 방향으로 인식하는 ‘집단사고’의 오류라고 진단한다.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는 “대통령과 다른 의견을 얘기하지 못하고 동조화하는 집단사고로, 쓴 소리보다는 입에 단 소리만 하는 집단에서 많이 나타난다”며 “탄핵 기각을 확신하고 보고한 것도 조직논리에만 신경 쓰고 외부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해 비롯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직전 터져 나온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둘러싼 온갖 의혹에 청와대가 기이할 정도로 ‘자기편 감싸기’ 태도로 일관한 것도 아군과 적군을 철저하게 가르는 집단극단화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하지 못하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문화와 ‘레이저 눈빛’으로 대변되는 박 전 대통령 특유의 통치스타일은 끝내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는 ‘헌재불복’으로 이어졌다.

청와대 참모는 대통령이 비전과 정책을 구현할 수 있도록 최측근 거리에서 돕는 역할을 한다. 신뢰할 수 있는 측근일 필요도 있지만, 그보다는 대통령이 최적의 판단과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직언할 수 있는 소신과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불통의 리더십은 청와대를 상명하복의 획일화된 조직으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왕수석’으로 불리다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에 연루돼 영어의 몸이 된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이 “대통령 지시에 순응한다는 차원에서 나름대로 판단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뒤늦게 후회한 대목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현실을 고스란히 설명해준다.

반복되는 대통령의 불행을 끝내기 위해서는 청와대 참모의 활동을 공적인 영역으로 끌어올려야한다는 지적이다.

임채원 서울대 국가리더십센터 연구위원은 “청와대 역시 어쩔 수 없이 사람이 움직이는 조직이고 사람이 운영하다 보면 사적 조직도 나타날 수 있다”며 “이 같은 사적 조직을 공적 마인드, 윤리의식 등을 통해 공적으로 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사적 조직을 공적으로 통제하지 못해 오히려 공적 조직이 사유화돼버렸다”면서 “다음 정권에서도 제도의 문제보다는 사람을 운영하는 방식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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