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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일 트럼프-메르켈 첫 정상회담] ‘강력한 파괴자’-‘진보적 세계질서 수호자’ 썰전의 승자는?
獨 방문단 BMW 등 CEO 대거포함
친근한 분위기조성 등 꼼꼼히 챙겨

反이민·무역·환율정책은 입장 대립
러시아 문제는 전략적 공조 예상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첫 정상회담을 갖는다. 유럽과 미국, 서구 두 ‘수퍼 파워’의 만남이다. 특히 메르켈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은 환율, 난민문제 등을 놓고 ‘장외설전’을 벌여온 터라 이번 만남에서 어떤 대화가 오갈지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린다.

13일(현지시간) AP통신, CNN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당초 14일 열릴 예정이던 두 정상의 회담이 미국 워싱턴 D.C에 몰아친 눈태풍 때문에 17일로 연기됐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화요일로 예정된 대통령 집무실에서의 정상회담 일정이 워싱턴에 몰아친 겨울 눈보라 때문에 금요일로 연기됐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 정상회담 일정은 회담, 기자회견, 그리고 오찬이 포함돼 있었다”며 “이와 같은 일정이 금요일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물과 기름 같은 서로 다른 스타일과 철학을 보여온 메르켈과 트럼프의 만남은 미국 내에서도 관심이 높다.

CNN은 양국 정상의 만남에 대해 “트럼프와 메르켈의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1월 취임 이후 가장 중요한 외국 정상과의 회담으로 꼽힌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강력한 파괴자가 진보적 세계 질서의 마지막 수호자와 대면한다”며 “지금까지의 여느 정상회담과 다른 상징성을 갖는다”고 분석했다.

트럼프가 국제 사회를 휩쓸고 있는 자국 우선주의, 포퓰리즘 정치의 대표격이라면 메르켈은 트럼프 당선 이후 위협받고 있는 서구 자유민주주의의 수호자로 불린다. 타임지는 2015년 메르켈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며 ‘자유 세계의 총리’라는 별칭을 붙였다. 그런 그가 세계질서보단 자국우선주의를 앞세운 미국의 지도자와 만나는 것으로 둘 간 대화에 관심이 쏠린다. 두 사람은 러시아, 무역정책,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등에 대한 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 난민 정책에 대한 메르켈의 입장에 변화를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미국에서 무슬림 6개국의 입국을 금지하고 난민 수용을 제한하는 ‘반(反) 이민’ 정책을 추진 중인 트럼프는 앞서 독일의 ‘포용적인’ 난민 정책을 “재앙적 실수”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양국이 대립각을 세워온 무역, 환율 관련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앞서 피터 나바로 미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은 “독일이 유로화 약세를 조장해 미국을 상대로 막대한 무역 흑자를 누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두 정상의 ‘상견례’ 자리에서 큰 소리가 오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메르켈 총리는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와 반이민 정책을 비판하면서도 대화를 통해 미국과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게다가 메르켈의 독일 내 입지도 예전같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자유주의 수호자를 자청해온 EU의 종주국 독일에서도 국수주의 바람이 불고 있다”며 “국가의 이익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고 전했다. 오는 9월 총선을 앞둔 메르켈 입장에서도 자국의 이익을 챙겨야 한다는 독일 내 여론을 무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오바마 정부에서 유럽 정책을 자문했던 찰스 쿱찬 조지타운대 교수는 CNBC에 출연해 “두 사람이 좋은 친구가 될 수 없지만 정치적 전략적으로 공조하는 데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러시아를 놓고 양국의 공조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최근 미국 내에선 미ㆍ러 간 내통 의혹이 불거지면서, 양국 관계에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측은 연일 미국을 향해 “미국이 히스테리를 부린다. 우리를 악마화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미국은 (러시아 견제를 위한) EU 내 영향력 있는 친구가 필요한데, 영국은 EU를 탈퇴했고 트럼프 정부에선 메르켈과 친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을 것”이라고 전했다.

양국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회담인 만큼, 메르켈은 이번 방미단에 독일의 대표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대거 포함시켰다. 일간지 디벨트 등 독일 언론은 메르켈 총리의 방미단에는 지멘스의 조 캐저 CEO, BMW의 하랄트 크뤼거 CEO 등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이들 기업 CEO들의 동행은 기업가 출신 트럼프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에서 보다 친근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BMW 등 독일 기업을 상대로 미국 내 투자를 ‘강요’해 온 만큼, 관련 이슈에 대해선 양국 정상회담 자리가 껄끄러워질 가능성도 미리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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