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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선 탄핵…트럼프는요?
“어리석음·무능으론 탄핵 못해”
상·하양원제 까다로운 절차
CNN “美 민주주의선 무리”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론이 미국을 비롯한 해외 온라인서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미 CNN은 기고문을 통해 한국은 민주주의 역사가 짧은 나라로 대중 정서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미국에 동일한 잣대로 적용해 ‘트럼프 탄핵’으로 연결 짓기엔 무리가 있다고 지적해 눈길을 끌고 있다.

12일(현지시간) CNN 방송은 “한국은 ‘무능함’, ‘어리석음’ 등을 이유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했지만, 미국 민주주의는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 파면 이후 SNS 상에선 ‘트럼프 탄핵설’이 돌았다. 그러나 이는 한국과 미국의 민주주의, 박근혜와 트럼프를 동일선상에 둔 근본적으로 잘못된 가정에서 출발한다”고 밝혔다.

또 “둘의 동일시는 단지 (트럼프 반대 세력의) 바람을 담은 생각일 뿐 민주주의가 모든 국가에서 동일하게 작동할 것이라는 잘못된 가정임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은 측근 비리로 탄핵당했다. 부패보단 무능의 상징으로 해석된다”면서 “하지만 미국은 어리석거나 무능하다는 이유로 탄핵할 수 없는 나라”라고 전했다. 아직 검찰 조사조차 받지 않고 본인의 직접적 혐의가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직 박탈은 대중 정서가 정치의 중요한 한국에서 가능한 일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민주주의는 그게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이 기고문은 헌법재판소의 박 대통령 파면 결정 배경을 단순히 ‘무능함’에만 국한시킨 오류에서 출발하긴 했지만 ‘트럼프 탄핵론’에 대한 현실적 한계를 지적한 것이기도 하다.

취임 2개월을 맞는 트럼프 대통령은 일찌감치 탄핵론이 불거졌다. 임기 초부터 반(反) 이민 행정명령과 사법부 비하 발언 등 도를 넘은 언행을 보여주는 그를 향해 민주당 일부 의원들과 진보 성향 시민단체들이 탄핵론을 공공연히 꺼냈다.

민주당 맥신 워터스 하원의원은 10일(현지시간) “이제 우리가 그에게 말할 게 없다. 오직 탄핵에 대해 준비하라는 요청뿐”이라며 “왜냐하면 우리는 거기에 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난달 6일도 “가장 큰 희망은 트럼프를 곧바로 탄핵으로 이끄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 시민사회의 ‘반 트럼프 운동’ 진영도 들썩이고 있다. ‘트럼프 저항 운동(Trump Resistance Movement)’은 11일 한국의 광화문 광장 탄핵 촛불집회 사진을 올리고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축하를! 우리를 위한 좋은 선례를 만들어줘 고맙다. 그들이 할 수 있다면 우리도 할 수 있다”고 적었다. 이 사진은 전 세계 네티즌에 공유돼 수천건의 ‘좋아요’ 반응을 이끌어냈다.

풀뿌리 운동 시민단체인 ‘시민을 위한 자유 발언(Free Speech for People)’도 ‘트럼프를 당장 탄핵하자(Impeach Trump Now)’는 웹사이트를 개설해 시민들의 서명을 받고 있다.

하지만 한국과 달리 미국은 탄핵까지 현실적 장벽이 훨씬 높다.

미국은 정ㆍ부통령제와 상ㆍ하원 양원제로 상대적으로 탄핵 절차가 어려운 정치적 환경이다. 이는 국회의 탄핵소추안 통과와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탄핵이 가능한 한국의 민주주의 기반과 차이가 난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민주당 지도부가 트럼프엔 비판적이면서도 탄핵 논의엔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도 이 같은 판단이 깔려있다. 야당으로선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섣불리 탄핵을 주장했다간 정치적으로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는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전략적으로 일관성이 없고 무능하며 무모한 방식으로 (국정 운영을) 해 왔다. 그러나 그것들이 탄핵의 근거들은 아니다”고 말한 바 있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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