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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점상이 위험하다①] 널브러진 가스통…거리 위 ‘시한폭탄’
-노점 대부분 액화석유가스통 방
-폭발하면 대형참사 위험 일지만
-행정당국 “규정 없어 단속 힘들어”
-전문가 “노점 양성화 등 대책 필요”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서울 지역 불법 노점들이 쓰는 취사용 액화석유가스(LPG)통이 길 위에 그대로 방치된 채 시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지역에서 ‘길목 장사’인 만큼 가스폭발 등 사고가 대형참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다.

최근 찾은 서울 종로구 대학로는 길목 마다 노점들이 가득했다. 떡볶이와 어묵 등 음식을 파는 노점에는 크고 작은 가스통이 자리했다. 가스통과 조리기구를 잇는 고무호스가 불길 옆을 아슬하게 지나기도 했다. 10여곳을 둘러봐도 소화기는 없었다.

노점상인 김모(40) 씨는 “가스통 없이 장사를 어떻게 하느냐”며 “위험하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안전교육을 받느냐는 물음에는 “기억나지 않느다”고 둘러댔다. 시민들은 불안감을 내비쳤다. 중랑구에 사는 대학생 최진열(25) 씨는 “불이 나면 연쇄폭발로 이어지기 좋은 구조”라며 “최소한의 소방장비는 갖춰야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같은 시기 찾은 서대문구 이화여대 근처도 비슷했다. 골목 곳곳 노점들은 사람들로 활기를 띠었다. 보도 위에 떡하니 가스 통이 서있기도 했다. 노점상 A 씨는 “몇 달째 가스통을 길 위에 뒀지만, 여태 아무 일도 없었다”며 “사람들도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다.

근처를 지나던 시민들의 생각은 달랐다. 대학생 성지현(24ㆍ여) 씨는 “차량들이 많은 도로 근처에도 가스통이 보여 불안하다”며 “왜 방치된 채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행 법에 따르면 액화석유가스 특정 사용자는 행정당국이 시행하는 안전 교육과 안전 점검에 협조해야 한다. 조리 기구가 있다면 최소 2m 간격을 두고 가스통을 둬야 하며, 조리 기구와 가스통을 잇는 관도 고무호스가 아닌 금속배관 등을 써야 한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노점이 액화석유가스(LPG)통과 조리 기구를 안전 장치 없이 고무호스로 연결해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노점은 규제에서 자유롭다. 대다수가 당초 관련 기관의 허가 없는 불법 시설이기 때문이다. 본래 법 테두리를 벗어난 시설이니 따로 안전 관리만 할 수도 없다는 것이 지자체들의 입장이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노점 자체가 불법인 상황에서 안전 교육만 시행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며 “수백곳 노점을 돌며 가스통을 하나하나 점검하기도 사실상 불가능”이라고 했다. 또 “(구청 차원에서) 노점에게 가스통을 공급하는 업체를 완전히 제재하기도 힘든 실정”이라며 “현재 관련 민원이 들어오면 가스통만 철거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 마포구 이화여대 근처 한 노점이 액화석유가스(LPG)통을 길가에 방치하고 있다.


서울시도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단속보다 교육을 먼저 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제 지난해 5월 시립대에 지역 노점상 1200여명을 모아 전기가스 안전교육을 진행했다. 한국전력공사와 가스안전공사 직원을 강사로 초빙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바꿀 수 있는 부분부터 바꾸겠다”며 “작년 교육에 반응이 좋아 올해도 시행 시기를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노점 양성화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차종호 호원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노점 특성상 단순 교육과 단속만으로는 안전 지도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노점실명제 확대 등 양성화 방안을 활성화시켜 정부 안전관리망 안에 노점을 자연스레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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