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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차은택의 눈물
한때 ‘문화계 황태자’로 불렸던 그가 울먹였다. “부모에게 자랑스러운 아들이었는데 이젠 나를 너무 수치스러워 하신다”며 흐느낀다.

7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순실(61) 씨와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재판에 나온 차은택(48)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은 끝내 눈물을 쏟았다. “최서원(최순실)이 당신과 고영태를 국정농단 주범이라고 주장하는 데 맞나?”라는 질문을 받고서다. 억울하다는 주장을 하고 싶은 듯했다. 자신은 “고영태와 그쪽 사람들과 비교되는 게 기분 나쁘다”고 했다. 자신의 “책임을 피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면서도 어쩌다 “거기 일당이 돼버려서 수치스럽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 씨 뿐만 아니라 그 일을 지시하고 주도했던 사람들이 지금은 모두 다 부인하고 있다”며 답답해했다. 최 씨를 향해 “다 알고 있지 않느냐”며 “그때 얘기했던 것처럼 당당하게 한번만 이야기를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차 씨는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다. 대학시절 스승이 문화체육부 장관이 되고, 외삼촌은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으로 임명됐다. 문체부 산하 주요 기관의 대표 자리에도 친한 지인이 취임했다. 모두 차 씨의 추천에 의한 것이다. 2014년 8월 느닷없이 대통령 소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이 되기 전까지 그는 그저 유명 CF감독일 뿐이었다. 차 씨는 어느 순간 단순한 CF감독을 넘어섰다. 그가 하는 행사에 대통령이 단골로 방문하고, 추진하는 일마다 일사천리였다. 2015년 4월 창조경제추진단장 겸 문화창조융합본부장에 오르더니, 문화창조벤처단지 조성, 미르재단 설립 등을 주도했다. 미르재단 설립 허가증이 나오는 데는 단 하루 걸렸다.

재판에서 무수히 많은 엇갈린 진술이 쏟아지지만 그래도 확실한 건 있다. 차 씨가 이런 막강한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던 배경이 청와대였다는 것, 그리고 차 씨를 청와대로 이어준 연결고리가 박 대통령의 40년지기 최순실이라는 것이다. 어찌됐던 이들은 이런저런 연결고리로 공식적이건 비공식적이건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려 했다. 권력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도모하는 행위를 우리는 권력형 비리라고 한다. 차은택의 눈물에 공감하지 못하는 이유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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