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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 ‘스트롱맨’ 동시에 때리다
-트럼프, 아베, 시진핑에 도발한 셈
-‘럭비공’ 김정은 승부수 통할까

[헤럴드경제=신대원ㆍ문재연 기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또다시 북한 특유의 무모한 ‘판 키우기’에 나섰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총리 등 이른바 국제사회의 ‘스트롱맨(strong man)’들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도발을 지속하고 있어 향후 파장이 주목된다.

북한은 7일 전날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연쇄 발사한 탄도미사일에 대해 주일미군기지를 겨냥한 훈련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북한 미사일이 일본경제수역에 떨어졌을 때도 일본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등 파장이 있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일본을 겨냥한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로, 일본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능력을 과시함으로써 한미와 공조해 대북압박에 나서고 있는 아베 내각에 대한 노골적 위협에 다름 아니다. 일본으로서는 묵과할 수 없는 도발인 셈이다. 7일 아베 신조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긴급통화를 하고 공동대응 의지를 밝힌 배경이다. 

북한은 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 현지지도한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는 4발의 미사일이 동시에 발사되는 모습과 김 위원장이 박수를 치며 지켜보는 모습 등이 담겼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또 북한은 이번 미사일 도발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미군사훈련을 겨냥한 것임도 밝혔다. 한미연합훈련 기간 한반도에 전개될 것으로 알려진 주일미군기지에 배치된 F-35B 등 미 전략무기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번 도발로, 그동안 북한을 압박하는 구두경고를 지속해 왔던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북한의 정면대응에 위신이 말이 아니게 됐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강성 행보를 고려해 도발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여지 없이 빗나갔다.

시진핑 주석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리길성 북한 외무상 부상의 전격 방중(2월28일~3월4일)으로 9개월 만에 성사된 북중 고위급 회담이 끝난 지 이틀 만에 북한이 도발에 나서면서 입장이 난처하게 됐다.

북한이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 아베 총리, 그리고 시진핑 주석 등 이른바 ‘스트롱맨’들을 당혹시키면서 무리하게 나서는 건 위기 국면을 타개하려는 카드로 풀이된다. 핵ㆍ미사일 도발이라는 ‘벼랑 끝 전술’로 판을 키워 상대를 협상장으로 이끌어낸 뒤 양보를 얻어내겠다는 전략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북한 레짐 체인지(정권 교체)와 선제타격 등 초강경 수단을 포함한 새로운 대북정책 검토에 들어가고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까지 거론하는 상황에서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북한의 이 같은 무모한 판 키우기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물론 중국 외교부도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고 비슷한 발사 활동을 반대한다”며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향후 파장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서로 눈치를 보며 북한을 달래고 있는 미중일 3국 스트롱맨들의 심기를 대놓고 건드린 만큼 상응하는 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사회의 럭비공’ 김정은의 승부수가 성공할 지 주목된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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