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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큰 틀 변화없다”…트럼프 반이민 명령 2탄도 법적공방 예고
-트럼프, 6주간 고민해 수정본 발표
-이라크 단속국서 제외 등 5가지 변화
-“달라진 게 없어” 법적 소송 이어질 듯


[헤럴드경제=조민선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반(反) 이민 행정명령’의 2탄을 발표했다. 지난 1월 27일 발효된 1차 행정명령에 사법부가 위헌 소지를 거론하며 제동을 걸자 수정본을 내놓은 것이다. 기존 명령의 세부 내용을 조정했지만 큰 틀은 그대로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미국 내 반발과 법적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CNN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반이민 행정명령 2.0’은 크게 5가지가 바뀌었다. 

워싱턴주 밥 퍼거슨 법무장관이 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 2탄 서명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시애틀=AFP연합뉴스]

가장 큰 변화는 입국 금지국 명단에서 이라크가 제외된 점이다.

1차 명령이 무슬림 7개국(이란, 이라크, 리비아, 소말리아, 수단, 시리아, 예멘)의 입국을 차단했지만, 새 명령은 이라크를 뺐다.

백악관은 이날 “미국과 이라크의 긴밀한 협력 관계, 이라크 내 미군의 강한 존재감, 그리고 이슬람국가(IS)와 싸우고 있는 이라크의 헌신을 감안해 (새 명령에서) 이라크를 제외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이라크의 적극적인 로비와 미 외교안보 참모진의 입김도 반영됐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맥마스터 국가안보보좌관 등 외교안보 ‘톱3’가 새 명령에서 이라크를 제외할 것을 촉구했다고 CNN이 전했다. 이들은 무장세력인 IS와 싸우는 이라크의 역할에 대해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WSJ은 “참모진은 (이라크를 단속하면) 싸움의 중요한 순간에 양국 관계에 해를 끼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새 행정명령은 종교 차별 문구도 제외했다. 이슬람 국가에서 소수파인 기독교인에 대한 선호도를 언급한 기존 문구를 덜어냈다.

이 부분은 법정에서도 논쟁거리였다. 사법부는 미국이 종교의 자유를 천명한 헌법을 위반하고 입국자에게 일종의 ‘종교 테스트’를 거치도록 한다고 지적했다.

백악관은 “새 행정명령에서 특정 종교 차별 문구는 삭제됐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무슬림 국가의 입국을 막는 큰 틀에 변화가 없어 종교 차별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리아 국민의 무기한 입국금지 조항도 완화됐다. 기존 명령은 시리아 난민 유입이 “미국 국익에 해가 된다”는 이유로 무기한 입국을 금지했다.

새 명령은 더 이상 무기한으로 시리아 난민을 구속하지 않을 것이라고 백악관은 밝혔다.

대신 시리아 국적자도 여행객의 경우 90일, 난민의 경우 120일간 한시적으로 입국이 금지된다.

미국 비자 및 영주권 소지자는 단속에서 제외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기존 명령이 혼란을 빚은 건 7개국 입국자 가운데 6만여 명에 달하는 비자 소지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당시 명령에 영주권자에 대한 대목이 명확지 않아, 영주권자들도 일시적인 구금이 이뤄졌다.

또 이번 수정 명령은 효력 발생까지 대기 시간을 뒀다.

첫 명령은 서명과 동시에 즉시 효력이 발생했다. 하지만 새 명령은 3월 16일부터 발효된다. 행정명령의 사전 공지와 1차 명령 때와 같은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세부 내용의 조정에도 불구하고 ’반이민 행정명령‘을 둘러싼 미국 내 시위와 법적 공방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종교의 자유를 규정한 수정헌법 위반 등 법적 문제를 해소할 정도로 전향적인 내용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백악관은 “‘수정 명령=무슬림 금지’가 아니라는 사실이 알려지길 바란다”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야당인 민주당은 ‘무슬림 탄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무슬림계인 안드레 카슨 민주당 하원의원은 “수정 명령은 첫 행정명령의 반복에 불과하다”라며 “우리는 ‘무슬림 입국금지 2.0’ 국면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 시민단체 시민자유연맹(ACLU)도 성명을 내고 “원래의 행정명령과 똑같은 치명적 하자가 있다”며 “다소 축소된 버전으로 대체했을 뿐”이라고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1차 행정명령의 효력정지를 이끌어냈던 워싱턴 주(州) 정부는 법적 조치를 적극 검토하고 나섰다. 버지니아 주와 매사추세츠 주 등도 “행정명령의 큰 틀에 변화가 없다”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미 CNN이 전했다. 버지니아 주의 마크 헤링 법무장관은 “내용이 상당히 축소된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세계에 끔찍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1주일 만에 무슬림 7개국의 입국을 90일간 금지하고 모든 난민의 출입을 일시 중단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하지만 미 연방법원이 이 명령의 효력 금지 판결을 내리면서 7개국 입국금지 조치는 중단됐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주간 특정 종교 탄압 등 법적 논란 해소에 방점을 찍고 수정본을 준비해 왔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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