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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림이법 한 달②] 태권도장엔 있고 합기도장엔 없다?
-‘세림이법’ 태권도 등 6개 한정
-보호자 동승 의무화 ‘사각지대’
-지역아동센터도 의무 규정 없어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 서울 노원구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최모(42) 씨는 최근 근처에서 체육관을 운영하고 있는 원장들의 모임에 나갔다 분통을 터뜨렸다. 어려운 경기에도 최 씨는 지난달 29일부터 전면 실시된 세림이법에 맞춰 350만원을 들여 통학차량을 개조했다. 하지만 인근에서 합기도장과 발레학원을 운영하는 원장들은 세림이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바람에 이 같은 추가 투자를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최 씨는 “태권도장이나 합기도장, 발레학원 모두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통학버스를 운영하는데 우리만 규제 대상이라는게 말이 되나”라며 “아이들의 안전을 이유로 개인 사업자들에게 비용을 전가한다면 규제라도 공평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설 스포츠 클럽에서 운영 중인 통원용 차량의 모습. ‘체육시설의 설치ㆍ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상 규정된 6개 종목을 제외한 기타 종목 교실을 운영하는 곳의 통원용 차량은 세림이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어 동승자 탑승 의무나 안전 시설 탑재를 위한 개조 등이 강제되지 않는다. [사진=헤럴드경제DB]

어린이통학차량에 보호자 의무 동승을 규정한 ‘개정 도로교통법(일명 세림이법)’이 전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법의 사각지대’에 해당하는 부문에서 여전히 아이들의 통행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28일 경찰 및 학원 업계에 따르면 주변의 많은 아이들이 이용하는 통학ㆍ통원용 차량들의 경우에도 ‘세림이법’이 규정하고 있는 대상에서 벗어난 경우 어린이통학차량 보호자 동승 의무 등의 규제를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림이법에 따라 규제하는 어린이통학차량은 유치원, 초등학교, 학원, 체육시설 등에만 한정된다. 체육시설 역시 ‘체육시설의 설치ㆍ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상 태권도ㆍ유도ㆍ검도ㆍ권투ㆍ레슬링ㆍ우슈 등 6개로 한정됐다. 이에 따라 대한체육회 가맹 단체가 아니지만 인기 종목에 속하는 합기도나 종합무술, 발레, 축구ㆍ농구교실 등에서 운영하는통학차량의 경우 적용 대상이 아니다.

학부모들은 이 같은 안전 사각지대가 불안하다는 입장이다. 유치원생 학부모 박현정(38ㆍ여) 씨는 “어린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예체능 학원의 운동 종목에 따라 아이들의 안전도 차별받고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 하다”고 말했다.

아동 통학차량에 대한 동승자 의무 규정이 없는 지역아동센터 차량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을 위한 통학 차량을 운행하는 센터들은 ‘세림이법’의 적용을 받지 않다보니 동승자, 안전설비 등을 전혀 갖추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A지역아동센터 관계자는 “초등학생 10여명의 귀가를 돕는 차량을 운행 중이지만 동승자없이 센터장이 직접 차량을 운전하는 식으로 운영 중”이라며 “세림이법의 적용 대상도 아닌데다 정부의 경제적인 지원도 없는 상황에서 비영리로 운영되다보니 동승자를 채용하거나 차량 설비를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허점을 보완하고자 하는 노력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정부에선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체육시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이고 보완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입법 등의 구체적인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다. 국회에서도 합기도나 농구교실, 축구교실 등 체육시설업도 어린이 통학차량 신고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 등을 담을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장기간 계류되다 자동 폐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허억 어린이안전학교 대표는 “지금의 세림이법은 태권도장을 다니는 아이들은 보호하지만 합기도장, 농구ㆍ축구교실 등 체육시설로 규정되지 않은 곳을 다니는 아동들은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보는 꼴”이라며 “어린이 교통안전에 뚫린 구멍을 메우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무너진 법의 형평성을 고려해서라도 하루빨리 보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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