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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수저 공시생도 급증…“부모재력따라 수험기간 달라요”
돈 더 들어도…’프리미엄 바람
공부관리 개별프로그램 제공도

노량진 수험가에 ‘수저 논란’이 한창이다. 잇따라 생겨나는 ‘프리미엄 시설’에 공무원 시험 준비생(공시생) 사이에서는 “부모의 재력에 따라 노량진도 금수저와 흙수저로 나뉘고 있다”는 자조 섞인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 9급 공무원 시험에 최종 합격한 임모(28) 씨는 2년 동안의 노량진 수험생활을 끝낼 수 있었다. 임 씨는 지난 2년 동안의 수험생활을 ‘지옥 같았다’고 회상했다. 좁고 습한 고시원 방에서 자야 했고, 생활비를 위해 패스트푸드점 새벽 아르바이트까지 했다. 그는 “부모님께 손 벌릴 처지가 못 돼 정말 힘들게 공부했던 것 같다”며 “2년 만에 끝났기에 다행이지, 1년 더 하라고 하면 절대 못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량진의 한 프리미엄 독서실 풍경. [헤럴드경제DB]

반면, 지난겨울부터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 노량진을 찾은 이모(25ㆍ여) 씨는 조금 더 돈을 내더라도 편한 수험생활을 택했다. 고시원도 이른바 ‘프리미엄 고시원’이라 불리는 고급형을 선택했다. 공간도 넓고 개인 화장실이 포함돼 있어 사실상 원룸 수준이었다. 이 씨는 “오히려 원룸보다 프리미엄 고시원이 안전 측면에서는 낫다고 생각했다”며 “월 60만원이 넘는 월세를 내야 하지만, 부모님께서 불안하다며 이곳을 정해줬다”고 말했다.

이 씨가 최근 계약한 독서실도 입실 비용이 한 달에 30만원 수준이다. 외투를 보관할 수 있는 개인 사물함뿐만 아니라 공부시간을 관리할 수 있는 개별 프로그램까지 갖추고 있다. 일반 독서실이 한 달 평균 15만원 안팎인 것과 비교하면 2배 정도 비싸지만,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다. 이 씨는 “공무원 시험을 보는 친구 중에는 부모님이 아예 전세계약을 한 경우도 있다”며 “가격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공부에 집중해서 빨리 붙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노량진 거리는 벌써 ‘프리미엄’ 간판을 건 독서실과 고시원이 늘어나고 있지만, 대다수 공시생들의 사정은 여전히 어렵다. 5000원짜리 고시식당조차 비싸다며 2500원짜리 컵밥을 먹는 공시생들에게 ‘프리미엄’이란 단어는 먼 나라 얘기다. 이 때문에 늘어나는 프리미엄 독서실에 반감을 품는 공시생도 있다.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강모(32) 씨는 “집에 돈이 많아 편하게 수험생활 하는 것을 뭐라 할 수는 없지만, 자괴감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다”며 “부모의 재력에 따라 수험 기간이 결정되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고 했다.

실제로 생계가 불안한 공시생들이 늘어나자 해당 구청은 지난달부터 노량진에 거주하는 공시생들까지 범위를 넓혀 생계지원 사업을 벌였다. 끼니조차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공시생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구청 관계자는 “그동안 공시생들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어려운 상황에도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며 “공시생들이 모이는 고시원이나 업소 등과 협력해 위기에 처한 공시생을 동 주민센터 등과 협력해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노량진 수험가에 부는 ‘프리미엄’ 바람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한 공무원 시험 학원 관계자는 “프리미엄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계속 높아지고 있어 학원에서도 자습실을 차별화하는 등의 방안을 강구 중”이라며 “노량진에 몰리는 프리미엄 수요는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했다. 

유오상 기자/os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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