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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문재인 대세론 굳어지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불출마 선언 이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대세론이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표는 대세론으로 불릴 만큼 부동의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안희정 충남지사도 나름 선전하고 있다. 그런데 이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같은 당, 그것도 같은 계파에 뿌리를 두고 있는 두 사람이 경쟁을 벌일 때, 두 사람의 지지층은 겹쳐야 정상이다.

예를 들어 문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은 당내 계파는 달라도 지지층의 상당 부분은 겹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런데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안 지사의 지지층과 문 전 대표의 지지층은 동일하지 않다고 한다. 지지층이 겹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럴 경우 이론적으로, 둘 다 민주당 경선을 완주하고, 그래서 둘 중 하나가 대선 후보가 될 경우에는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한마디로 문 전 대표의 지지층이 전통적 친노와 진보적 유권자로 구성돼 있고, 안 지사의 지지층이 보수적 중도층까지 포함하고 있다면, 이들 둘의 합은 상당한 파괴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드는 것이 사실이다. 일단 안 지사가 중도 보수까지 아우를 수 있는 후보라면, 문 전 대표는 외연 확장이 지극히 제한된 후보라고 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그래서 안 지사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된다면 문 전 대표 지지층의 다수를 차지하는 친노, 찬문계의 표까지 흡수할 수 있겠지만, 만일 문 전 대표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된다면 안 지사를 지지했던 이들 중 상당수는 문 전 대표를 지지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그리고 안 지사가 이번 당내 경선에 패한다고 가정할 때, 다음번 기회를 가질 수 있느냐 하는 부분도 안 지사의 표가 문 전 대표로 이동할 것인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일 다음번 대선 후보로 안 지사가 가능하다고 생각할 때는, 전략적으로 안 지사 지지층의 일부가 문 전 대표 쪽으로 이동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솔직히 우리나라 정치판에서 ‘다음’이라는 것은 존재하기 힘들다. 우리나라 정치판은 지극히 불투명하고 온갖 돌출 변수가 널려 있어 다음을 기약하기란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물론 다음을 기약하는 경우도 있다. 그것은 문 전 대표의 경우처럼 특정 정당을 완전히 ‘장악’했을 때에는 가능하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다음을 기약하기 힘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만일 문 전 대표가 정권을 획득했다고 가정하면 안 지사의 ‘다음’은 더욱 기약하기 힘들어진다.

우리나라 정치사를 보면 특정 정당 내의 특정 계파가 정권을 잡으면, 정권 후반기부터는 그 계파의 위세가 위축될 수밖에 없게 되고, 그렇게 되면 해당 계파가 안 지사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어도 뜻대로 될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될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안 지사가 차차기를 노리기는 매우 힘든 실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안 지사의 지지층들이 가지고 있다면, 이번 민주당 내 경선 이후 안 지사의 지지가 문 전 대표로 옮겨갈 가능성은 적을 것이다. 그래서 두 사람의 경쟁이 당내 경선의 흥행에는 상당한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경쟁이 되기는 힘들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문 전 대표는 스스로 지지층 외연 확장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만일 문 전 대표가 이에 실패한다면, 다자구도로 이번 대선이 치러지길 바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질 것이다. 어쨌든 지지율 1위이긴 하지만 어딘지 불안한 1위, 그래서 대세론이라고 하기에는 어딘지 허술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나 혼자만의 느낌인지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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